우리나라에서 원전 문제는 이제 과학기술 차원이 아닌 신뢰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점검의뢰 등 정부가 안전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해도 반핵단체나 시민단체들이 믿지 못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도 마찬가지다. 안전성을 확인해 재가동을 승인한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들은 신뢰할 수 없다며 위원회 해체와 원전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불신이 이렇게 깊어진 데는 일본 후쿠시마 사태와 함께 우리 정부나 원자력 관련조직 및 관계자들의 잘못이 크다. 심하면 원자로가 녹아 내릴 수도 있는 중대 위험상황인 비상전력 공급중단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은폐하려 했고 실제 그 은폐는 한달 가까이 유지됐다. 여기에 원자력 납품비리까지 터져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과 관련된 조직이나 사람들이 전문성과 위험성이라는 명분 아래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어왔다는 증거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정부는 과학기술상의 원전 안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데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신뢰를 회복할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원전 관련조직과 인사의 대대적인 쇄신, 투명한 정보공개, 외부감시 시스템 강화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로서도 이제는 정부의 쇄신과 안전확보 노력을 믿고 다시 맡겨볼 필요가 있다. 원전이 전혀 위험이 없는 최고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로서는 당장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다. 원전은 우리 에너지 안보와 동의어다. 따라서 원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우리의 경제발전과 이로 인한 혜택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고리1호기 재가동을 계기로 원전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