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세대갈등 '공존의 길'은 있다 <9> 공짜 복지는 없다

이대론 21년후 복지예산 > 국세수입… 미래세대 세금 덤터기 쓴다


선심성 공약·입법 남발에 복지예산 연7%씩 느는데

국세증가율은 5.7% 그쳐 나라살림 싱크홀 빠질수도


재정개혁 통해 세입 확충… 복지지출 증가 억제해야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면서 급증하는 복지비용이 부모와 자녀 간 세대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복지 관련 선심성 공약과 입법이 남발되는 반면 비용부담에 대한 해법은 미흡했던 탓이다. 이러다가는 미래 자녀세대들에게 빚더미를 안겨줄 수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복지정책 관련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인터넷카페 등에서는 미래세대에게 세금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판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집권 첫해인 지난 2008년 광의의 복지예산이 처음으로 100조원(보건·복지·고용 약 67조원, 교육 약 35조원)을 돌파했지만 재정건전성 확보는 미흡했다. 이후에도 관련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현 정부 들어서도 복지예산 구조조정은 미흡하다. 국민 행복을 위해서라지만 자칫 나라 살림을 복지라는 거대한 싱크홀에 빠뜨리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추세라면 4년 뒤인 오는 2018년에는 국세로 약 280조원을 거둬 복지에 무려 200조원가량의 나랏돈이 소모될 것으로 예측된다. 10년 뒤인 2024년에는 복지비용이 300조원선을 넘어서게 된다. 서울경제신문이 정부의 기존 예산편성 내역과 2017년까지의 중기 재정계획을 기초로 2008년 이후 10년간 재정지출·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다. 이를 기초로 2018년 이후의 예산편성 규모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는 매우 심각했다. 우선 광의의 복지예산은 2008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7%씩 증가(보건·복지·고용 7.3%, 교육 6.4%)하는 데 비해 국세 수입은 5.7% 느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속도라면 복지예산 300조원선 돌파 이후 400조원과 500조원선 돌파에는 각각 4년(2028년·2032년), 이후 600조원 돌파에는 2년이 소요되며 2047년부터는 매년 복지예산이 100조원 이상씩 늘게 된다. 이처럼 불어나는 복지지출 구조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나라 살림을 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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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는 비교적 낙관적인 분석에 속한다. 앞으로 복지지출 수요는 현재 추세보다 더 늘고 국세수입은 기존보다 증가폭이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부양하는 인구보다 부양될 인구가 느는데다 경제성장도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세금 외에 세외수입(각종 공과금, 수수료, 국유재산 매각 등)과 기금수입을 얻어 살림에 보태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 보조수단이고 사용처도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 재원으로는 부적합하다.

불어나는 복지비용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인 청년층의 부담을 가중시켜 세대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 추세대로라면 21년 뒤인 2045년에는 복지예산이 국세수입을 추월 (1,272조원>1,268조원) 하는 역전현상이 생길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진다. 지금 당장 '복지지출 과속'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현재의 자녀세대가 경제활동의 주축이 될 20여년 후에는 덤터기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해법은 세입을 확충하고 과도한 복지지출 증가를 강력히 억제하는 것이다. 특히 복지지출 증가 억제의 요체는 관련 예산 중 법정지출 사업의 비중을 낮추는 일이다. 법정지출 사업이란 정부가 임의로 조정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강제화된 프로젝트다. 한번 법정지출 사업이 확정되면 정부로서는 돈이 부족해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그야말로 나라 살림에 말뚝이 박히는 격이다.

법정지출 사업은 복지예산 중에서도 불어나는 속도가 가장 빠르다. 법정지출 복지예산 추이 및 전망 자료(2010년 예산분부터 공개)를 기초로 2010~2017년을 분석해보면 연평균 증가율이 무려 8.5%에 이른다. 2010년 50조원에 조금 못 미치던 것이 올해 70조원에 육박하며 2017년에는 90조원에 거의 근접하게 된다. 같은 속도로 계속 늘면 2019년에는 100조원을 돌파(약 104조원)한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의 한 간부는 "정치권이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선심성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이를 법률로 제도화하면서 법정지출 복지예산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런 포퓰리즘 정치가 계속되면 남유럽과 같은 심각한 재정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법정지출 예산의 폭주를 억제하기 위해 최근 '페이고(PAYGO)'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초래하는 법률안은 적절한 재원마련 방법을 제시한 경우에만 국회에서 통과시키게 하는 제도다. 재정 전문가들은 페이고 도입이 미래의 복지사업 남발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지지한다. 다만 페이고는 기존에 확정된 법정지출 사업에 대해서는 손을 쓸 수 없다. 도입되더라도 이미 연평균 8.5%에 달하는 법정지출 복지사업의 예산 증가율이 더 오르는 것을 억제하는 데 그칠 뿐 증가율 자체를 낮출 수는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래뿐 아니라 기존 복지사업의 과감한 수술도 병행해야 한다. 현 정부가 공약한 주요 복지사업을 백지에서부터 재점검하는 것이다. 사업추진 시기를 늦추거나 적용 대상과 시혜금액을 과감히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적용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기초연금 공약사업의 수혜 대상을 대폭 감축(모든 노인→소득하위 70% 이하 노인) 하는 수술을 단행했다.

이 같은 노력을 다른 대규모 복지사업에도 확대해야 한다고 재정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 도입 공약사업 등의 수혜 대상을 소득수준에 따라 선별하거나 최소한 수혜 대상 여성의 출산·취업 여부에 연계해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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