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스터브룩, 맥도날드 구원투수 되나

CEO 내정 이후 주가 한달여만에 13% 급등<br>인체 유해 항생제 닭고기 사용 금지… '밀레니얼 세대 공략' 서비스 개선<br>직영점 1,500개 프랜차이즈 전환 등 비대한 몸집 줄여 경영효율화 채찍


시가총액 963억달러, 직원 수 42만여명에 이르는 세계 1위 요식업체 맥도날드에 지난 1년여는 지옥 같았다. 2003년 이후 최악의 경영실적부터 쓰레기버거 파동, 달러 강세, 경쟁업체들의 약진이 겹치면서 패스트푸드 업계의 제왕을 난타했다. 한창때 주당 100달러선을 웃돌던 맥도날드 주가는 지난해 말 주당 84달러대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깊은 수렁에 빠졌던 맥도날드가 새 사령탑을 맞아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구원투수인 새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이스터브룩(48)의 등장이다. 그의 CEO 내정 소식이 언론에 전해진 1월28일 이후 27거래일간 맥도날드 몸값은 18.7%나 뛰어 이달 4일 주당 102.45달러를 회복했다. 이스터브룩이 공식 취임한 것은 이달 1일이었지만 구원투수 등판에 목말랐던 증시는 그가 집무실에 앉기도 전에 호응했다.


이스터브룩이 공식 취임을 전후로 던진 승부수는 전면적 경영쇄신이다. 비대한 몸집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의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4일에는 자사 전 매장에서 항생제 사료로 키운 닭고기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스터브룩이 난데없이 친환경 닭고기를 화두로 던진 것은 이탈하는 젊은 소비계층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2년~2000년에 출생한 미국의 신세대)' 공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해 8월 요식업계 자문업체인 테크토믹에 맡겨 실시한 시장분석에 따르면 19~21세 연령대의 미국인 중 맥도날드 매장 월간 방문율은 2011년 초 대비 12.9% 하락했다. 22~37세 연령대 소비자 방문율은 이 기간 큰 변화가 없었다. 신세대를 공략한 고급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모토로 내건 치포텔 등이 급부상하면서 젊은 단골들을 빼앗긴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같은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맥도날드가 내놓은 제품이 '맥랙'으로 이는 닭고기를 주재료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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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터브룩은 경영 효율화에도 채찍을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도한 신규 매장 출점을 자제하고 전 세계 7,000여 직영점(총 매장은 3만6,000개) 중 약 1,500개를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사 출신인 이스터브룩은 1994년 맥도날드에 합류한 후 주로 유럽 등에서 22년여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가 유럽 지역을 담당할 동안 현지 매출은 연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또 2010년 맥도날드가 창사 이후 처음 도입한 브랜드최고관리자(CBO)를 맡기도 해 실추된 회사의 위상을 높일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스터브룩이 헤쳐가야 할 도전과제는 산적해 있다. 달러 강세 등은 맥도날드의 영업이익률을 위협하며 유럽과 중국의 경기부진은 해외매출 확대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유럽 지역은 맥도날드 총 매출의 40.4%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임에도 영업이익 비중 순위에서는 미국에 밀려 41.3%에 그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잡을 만큼 강력한 서비스 혁신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포브스지는 미국에서 연간 2만3,000명의 사망을 유발한 '슈퍼버그'가 항생제 남용 때문인 점을 미뤄볼 때 맥도날드의 무항생제 닭고기 선언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조치로 맥도날드가 추락하는 경영실적을 되돌리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데런 트리타노 테크토믹 애널리스트의 진단을 소개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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