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래부의 오버액션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창조경제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미래부가 21일 발표한 '창조경제 인식도 설문조사'에 대해 한 벤처기업 관계자가 한 말이다. 미래부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6,532명을 대상으로 창조경제에 대한 몇 가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ㆍ한국과학창의재단 등 3개 기관의 e메일을 수신하는 사람들에게 '창조경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등의 내용을 물었다. 그런데 조사내용도 문제지만 그 결과를 두고 미래부의 해석이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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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8%(5,736명)가 창조경제에 대해 들어봤으며 무려 85.0%(5,555명)는 박근혜 대통령이 설명한 창조경제 개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미래부는 '최근 창조경제의 개념과 특성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논의가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념을 이해하는 일반인들이 크게 늘었다는 게 미래부의 분석이다. 그런데 조사 대상 직업별 현황을 보면 상황이 다르다. 3개 기관의 e메일을 수신하는 이들 대부분이 과학 또는 정보통신(ICT) 분야와 어떻게든 관련이 있다. 실제로 응답자 가운데 교수와 연구원이 33.5%(2,185명)로 가장 많았다. 반면 과학계와 상대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자영업자는 4.0%(262명)에 불과했고 전업주부는 1.7%(107명) 뿐이었다. 직업적으로 창조경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들이 설문에 응했기에 이를 일반인으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미래부는 창조경제를 이해하는 국민이 늘어났다고 자평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미래부의 희망(?)과 달리 최근 비슷한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벤처기업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단 8.9%만이 창조경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 창조경제는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미래부의 역할이 바뀌면서 개념 정의에 혼란을 빚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부는 개념 논란을 접기 위해서라도 관료주의적 조급증에 빠지지 말고 차근차근 정부 역할을 정리하면서 성과물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처럼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성과는커녕 존재에 대한 의문부호조차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을 미래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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