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실권주 3자 배정 금지… 경영권 편법승계 악용 차단

금융위원회는 26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시장 정보 및 원격수령자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들이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다.


-섀도보팅 2015년 폐지 앞으로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주배정 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제3자에게 배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는 제3자 배정이 기업들의 경영권 편법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돼 온 점을 감안해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26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현행 주주배정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주배정후 실권주가 발생하면 새로운 공모절차를 밟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가 생기면 이사회결의를 통해 제3자에게 배정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권주 자체가 무효가 돼 제3자에게 배정하는 등의 임의처리가 불가능해 진다. 이는 주주배정 후 남은 실권주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제3자에게 유리한 가격에 임의 처리해 온 특혜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가 발생하더라도 기존처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유리한 가격으로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서는 공모라는 일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제3자에 대한 특혜 소지가 적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기존대로 발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상장기업이 시가보다 저가로 주식을 발행해 주주 배정할 때도 신주인수권증서를 발행하도록 의무화했다. 현행 상법에는 기업의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금여력이 부족한 소액주주의 경우 신주인수권을 포기하게 되고, 이 경우 제3자에게 부가 이전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고, 기업의 실권위험을 줄여 자금조달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저가발행 주주배정시 신주인수권을 발행하고, 이를 상장을 통해 매매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상장기업의 주주총회 내실화를 위해 예탁원의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를 2015년 폐지하기로 했다. 섀도보팅은 기업들이 요청하면 예탁결제원이 일정한 의결권을 지원해주는 제도인데, 일반투자자들의 주총참여가 미미한 경우 대주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온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일부에서는 섀도보팅을 폐지할 경우 기업들이 일일이 주주를 모아야 하는 등의 시간과 비용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2010년부터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총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있고, 2015년부터 폐지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 기업의 주총운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또 시세조정 규제범위를 확대하고,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제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서도 제재하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현행 불공정거래 및 공시규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신뢰성 제고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시세조정이나 미공개정보이용의 규제범위가 협소해 신종 불공정거래에 대처가 곤란하고, 불공정거래 제재수단도 형사제재 등으로 한정돼 신속한 대응이 곤란했다. 실제 혐의가 파악되고 재판확정까지 2~3년이 걸려 신속한 제재는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해외 입법사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내의 주가조작, 미공개정보이용 관련 규제를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했다. 한 예로 주가연계증권(ELS), 장외파생상품 등을 이용한 시세조정도 상장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제했다. 과다한 호가관여행위와 2차 정보수령자의 정보이용도 시장질서교란행위로 인정해 과징금 대상으로 규제된다. 투자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미공개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2차 수령자의이용도 제재 필요성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2차 이후 정보수령자의 정보이용을 미공개정보이용으로 규제하고 있다. 다만 처벌범위의 지나친 확장을 막기 위해 처벌 제외요건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형사처벌이 아닌 과징금 대상으로 해 급격한 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징금 범위를 확대해 형사처벌 대상행위에 비해 위법성이 낮은 시장질서교란 행위 등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불공정거래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됐을 때 법원의 몰수나 추징 등 형사제재가 결정이 날 경우에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 이중제재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또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모집주선만 한 증권사에 대해서도 증권신고서 부실기재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상장기업들은 앞으로 상법상 허용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뿐만 아니라 역전환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역전환사채는 미리 정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인데, 예를 들어 기업이 자본잠식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하고 기업은 증자효과를 보게 돼 유동성을 메우게 되는 식이다. CB나 BW 등과 같이 회사채에 부가돼 온 워런트(신주인수권)를 독립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독립워런트’ 발행도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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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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