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베이징에서 중국 최대 국영기업인 시틱(CITIC)그룹 창전밍 대표를 만나 금융사업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 부회장은 창 대표에게 "증권에 이어 자산운용의 지수연동형 펀드(ETF) 사업제휴 등 다양한 금융 분야로 협력을 넓히자"고 제안했다는 소식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융도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 개척을 통해 급성장했듯이 금융회사들도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중국 금융사업 확대는 의미가 크다. 중국을 발판으로 삼아 금융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일류회사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금융의 삼성전자를 키우는 일은 삼성전자의 '도전 DNA'를 이식하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미 삼성증권·카드 등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강도 높은 체질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핀테크를 중심으로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접목이 진행되면서 삼성 내부에서 금융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강한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세계 금융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우리 금융환경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금융산업에 '뭔가 고장이 났다'고 할 정도다. 국내 선두권인 삼성 금융계열사조차 세계 시장에서는 힘이 달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산업은 해외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그럴수록 민관의 유기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정부-기업-금융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