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기업들이 분기 실적전망과 예상치 공개를 기피하고 있다.
투자자에 대한 정확한 기업정보 제공을 이유로 그 동안 매 분기 매출과 이익 전망을 제시했던 월가(街) 상장기업들이 장기 경영플랜을 마련하고 장기투자를 유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실적전망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전미IR협회(NIRI)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의 실적전망 공개는 1년 전 71%에서 66%로 감소했으며, 분기 실적전망 공개는 지난해 61%에서 52%로 크게 줄었다.
반면 연간 이익전망 공개는 지난해의 61%에서 82%로 급증하는 등 기업들이 단기 실적전망을 회피하는 반면 장기 전망을 확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NIRI의 루이스 톰슨 회장은 “기업들이 월가 금융시장에 팽배해있는 단기매매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단기 실적전망을 장기로 돌리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장기투자 문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기업의 경우 빈번하게 단기 실적전망을 제시하면서 주가상승을 꾀하는 등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면도 있어 장기실적 전망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모토롤라는 지금까지 매 분기 주당순이익(PER)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했지만 올해 중순부터는 이를 중단한다.
또 코카콜라와 인텔ㆍ싱턴포스트ㆍ캠벨수프 등도 반기 실적전망을 더 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구글 역시 앞으로 확정되지 않은 미래 수익에 대한 실적전망은 더 이상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인텔의 톰 비어만 대변인은 “단기적으로 자주 실적전망을 밝히는 것은 회사의 장기적인 경영비전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유럽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분기 이익전망 공개에 반대하고 있으며, 영국 기업들은 반기 별로 실적 예상치를 알리고 있을 뿐이다.
일본 기업들도 분기 보다는 연간 실적 전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