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운전석 모듈(Cockpit Module) 등을 생산하는 덕양산업은 현대차 파업 이후 공장 가동률이 일 평균 20시간에서 4시간으로 뚝 떨어졌다. 현대차 매출 비중이 90%를 넘다보니 직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마냥 현대차 사태가 해결되기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며칠 전부터 아예 800명이 넘는 공장 직원들 상당수를 오전 11시께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력 품목이 재고를 쌓아두긴 힘든 부품이라 공장을 거의 놀리는 실정”이라며 “파업때만 되면 그간 벌어넣은 돈을 다 까먹어 적자로 돌아선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시작되는 8월 전에 파업 사태가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자동차 부품업체도 현대차 파업 사태로 당장 7월 매출이 급감하면서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자동차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파업에 따른 피해를 언급하기는 다소 이른감이 있지만 서서히 악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대다수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를 따라 생산량을 줄이는 단계지만 현대차 의존 비중이 큰 업체의 경우 자금 문제 등으로 고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 공단의 대동하이렉스는 특근ㆍ야근 등을 없애는 한편 생산 라인의 인원도 조정했다.
윈도우 레귤레이터(Window Regulator)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현대차 납품 비중은 20%를 조금 웃도는 수준. 현재 현대차 부품 생산 인원의 상당수를 기아차나 대우차
쪽으로 투입한 상태다.
특히 한달에 3번정도였던 특근(공휴일이나 토ㆍ일 근무)이나 매일 밤 8시 이후 2시간 가량 이어지던 야근이 싹 사라졌다. 생산 주문량이 줄어든 만큼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력품목의 부피가 큰 편이라 재고를 쌓아둘 창고 확보가 어려워 조업 단축을 단행했다”며 “파업 사태의 진행에 따라서는 무급 휴가를 직원들에게 주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스파크플러그 등을 생산, 현대기아차 납품 비중이 60%수준인 경기 안산의 모 업체의 경우 지난 6월말부터 현대차의 부분 파업으로 7월달 매출이 40%가량 감소했다.
현재 안전 재고 자산 확보차원에서 조업 단축은 하지 않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를 면하긴 힘들 전망이다. 이 회사 총무 부서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금 회전에 큰 부담은 없지만, 파업이 한달 이상 더 지속되면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