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반업계 타격 불가피
인터넷으로 음악 파일을 무단으로 공유하는 행위를 근절시키려는 음반업계의 시도에 큰 타격을 가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와 세계 음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 항소 법원은 19일 음반 업체들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들로 하여금 음악 파일을 무단으로 복제한 고객들의 명단 제출을 강요하는 것은 현행 저작권법상 허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미 음반산업협회(RIAA)는 베리존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들을 상대로 파일을 무단으로 복제한 고객들의 명단을 제출하라며 소송을 제기, 1심에서 명단 제출 요구 권한을 인정 받았지만 항소 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
이에 따라 그 동안 음악 파일을 무단으로 공유해온 개인들을 처벌하기 위해 소송 작업을 벌여왔던 미 음반 업체들의 시도는 무산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음반업계는 인터넷상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음악 파일의 무단복제로 매년 약 7억달러의 손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며 무단으로 음악파일을 공유하는 개인들을 대상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앞으로 소송을 내기 위해서는 익명의 피고를 먼저 내세워 소송을 제기한 후 이들을 밝혀내기 위한 별도의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뿐 아니라 현실화 가능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단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미 명단을 제출 받아 소송이 제기된 382명에 대해서는 7,500달러의 벌금형 추진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네덜란드 대법원도 이날 네덜란드 저작권 보호기구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카자(Kazaa)`를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 카자가 저작권을 침해한 게 아니며 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각 개인들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카자 측 변호를 맡은 버드 앤드 버드사는 이와 관련해 “카자의 승리는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세계 다른 곳에서도 소프트웨어 공유에 대한 합법성을 인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음반업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RIAA 회장 캐리 쉐먼은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절차 변경을 통해 소송 작업을 계속 진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음반업 연맹(IFPI) 사무총장인 알렌 딕슨 역시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은 카자측 주장에만 근거한 편향적 판결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