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해외 '황금고객' 을 잡아라] 2. VIP환자 유치, 의료한류 열자

의료·관광·쇼핑 연계 다양한 패키지상품 개발을<br>수억대 달하는 진료비에 관광·쇼핑 비용도 '펑펑' <br>시장 급팽창속 泰·獨등 세계각국 유치경쟁 치열<br>통역사등 전문인력 양성·의료분쟁 대비등도 필요



#1 지난해 카타르에서 알 아티야(가명) 가족 일행이 진료를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병원 측에서는 시내 한 대형호텔의 스위트룸을 추천했으나 아티야씨는 "이것은 우리 수행원들이 쓰면 되니까 대통령에게 주는 방을 잡아달라"고 말해 병원 관계자를 당황하게 했다. 수술을 마친 아티야씨는 가족과 함께 A백화점 면세점을 찾아 쇼핑에 나섰다. 그가 하루 동안 쓴 돈은 약 4만달러. 그 소식을 들은 B백화점에서는 난리가 났다. 다음날 B백화점에서도 아티야씨 일행을 면세점으로 초청했고 그 자리에서도 아티야씨와 가족들은 1만5,000달러 정도의 쇼핑을 즐겼다. #2 최근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지아오(25ㆍ가명)씨는 아름다운나라 피부과ㆍ성형외과를 방문해 코성형ㆍ이마지방이식ㆍ흉터치료ㆍ피부재생술ㆍ제모시술 등 각종 시술을 받은 뒤 치료비용으로 1,800만원가량을 지불했다. 지아오씨는 "해당병원의 중국 지점을 통해 대략적인 시술방법에 대한 설명을 미리 들었고 실제 시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공항 픽업부터 호텔예약까지 편리하게 도와줘 불편함이 없었다"며 "특히 시술 중간 중간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 불안함 없이 자국에서 수술 받는 것처럼 편안했다"고 말했다. 세계 의료관광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각국의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와 진료 전ㆍ후의 관광상품을 연계한 마케팅으로 부자 환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노력은 거의 전쟁 수준이다. 이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병원에 지불하는 동시에 관광ㆍ쇼핑 등에도 막대한 비용을 쓰기 때문이다. ◇씀씀이 큰 VIP환자 잡아라=우리나라도 최근 '글로벌 헬스케어'를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해외 환자 유치를 통한 고부가가치형 의료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미용성형ㆍ한방 등 의료관광 시장과 달리 진료비가 많이 드는 중증질환 환자를 모집하는 데 관심이 크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 국내 대형 병원 5곳(세브란스ㆍ강남성모ㆍ삼성서울ㆍ서울대ㆍ인하대)에 입원한 비건강보험 해외환자 627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평균 진료비가 1,18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외국인 환자 1명을 유치할 때 진료 수익이 약 373만원인데 비해 3배가량 되는 금액이다. 담관암 수술을 받은 62세의 스페인 남자는 진료비로만 5억4,000만원가량을 지불했고 뇌수막염 치료를 받은 몽골 환자(76) 도 4억원이 넘는 돈을 병원에 지불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는 지난 2004년 400억달러 규모였던 세계 의료관광 산업의 규모가 오는 2012년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ㆍ태국ㆍ인도 등의 의료관광 선진국 외에 독일ㆍ스웨덴ㆍ헝가리ㆍ멕시코 등이 신흥 의료관광지로 급부상하며 우리나라와 부자 환자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의료관광 패키지 상품 더 다양하게 내놓아야=VIP마케팅의 경우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 부회장인 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중국지점을 외국인 VIP마케팅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며 "외국인 VIP 환자의 경우 더욱 섬세한 진료와 치료 과정이 필요하며 처음부터 많은 치료를 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우선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하고자 한길안과병원을 찾은 러시아의 베르날여행사 대표인 모트사크씨는 "러시아 내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국의 선진 의료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피부과 의사인 안나씨는 "러시아 상류층의 관심이 높은 쌍꺼풀수술과 눈 문신 등 안성형 분야에서는 한국이 서비스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해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고급 숙박시설이 강점인 호텔들도 고급의료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은 호텔 3ㆍ5층에 피부과ㆍ에스테틱ㆍ치과ㆍ항노화ㆍ스포츠클리닉이 입점된 메디컬센터를 이용해 특화된 의료관광 패키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복지부는 중동 부국인 카타르와 국내에 환자를 유치하는 문제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으며 점차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전체로 MOU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환자 유치 막는 '전봇대' 뽑아라=복지부는 의료관광 산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세브란스병원 등 일부 해외 환자를 위한 국제진료센터가 있으나 소수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해외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기존 건물 내에 별도의 공간을 만들거나 새로 건물을 지어 국제병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독립된 공간에서 편히 쉬고 싶어하는 부자 환자를 위해 국내 병원에 의무적으로 둬야 하는 다인실에 대한 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환자의 진료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해외 환자의 예약과 상담ㆍ진료설계ㆍ사후관리 등을 담당할 국제진료 코디네이터를 올해 150명 선발하고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의사소통을 책임질 의료통역사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국제 수준의 의료기관 인증제를 도입해 해외에서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수준의 질적인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해외 의료분쟁 발생에 대비해 사무국을 구성한 데 이어 '의료분쟁조정법' 입법화에 나선다. 이상준 원장은 "해외 환자 진료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의료진의 서비스 마인드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라며 "단순한 통역이 아닌 그 나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섬세한 서비스가 필요하며 개별 병원에서 러시아어나 아랍어 등에 대한 통역서비스가 어려운 만큼 정부차원에서 통역센터를 만들어 통역서비스를 지원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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