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도의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환상형 순환출자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조건 없는’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권오승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1일 한 강연에서 “계열사간 환상형 출자 등 불합리한 수단을 통한 지배력 확장의 문제는 사후규제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출총제의 대안은 마련하겠지만 환상형 출자 등 사전적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권 위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환상형 순환출자를 가장 악성적인 가공 자본의 하나로 지적해왔다. 환상형 순환출자는 ‘AàBàCàA’ 등의 형태 자본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자본금의 출자가 최초 회사로 돌아온다. 소수 지분으로 그룹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최적의 출자 방식 중 하나인 것. 환상형 순환출자 방식은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에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공정위가 최근 공개한 ‘2006년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등의 소유지분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규모 6조원 이상 기업집단 18곳 가운데 11곳에 달한다. 지난 4월1일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고리의 핵심이 되는 환상형 순환출자가 6개나 된다. 또 현대차그룹 3개, SK그룹 2개 등 대부분 그룹들이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동규 경쟁정책본부장은 “어느 나라건 대규모 기업집단은 다단계 출자방식을 통해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환상형 방식 등을 이용하고 있어 그 복잡성이 훨씬 심하다”며 “시장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다양한 대안을 논의해 결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방법이야 어떻든간에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 규제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안이다. 방법에 따라 해당 그룹이 받는 규제의 강도는 달라진다. 적용대상을 6조원 혹은 10조원 이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적용기업의 범위도 바뀐다. 또 앞으로 신규 형성만 금지할지 아니면 기존 존재하는 것까지 적용할지 여부 등도 상당한 관심거리다. 자칫 11개 기업집단이 환상형 출자구조를 모두 해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출총제의 조건 없는 폐지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재계와의 만남의 장에서 “출총제 폐지,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각종 규제완화 등 경제계의 요구사항을 적극 실행에 옮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출총제 폐지, 특히 환상형 출자총액 제도의 규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더욱 커지게 됐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여당으로부터 출총제에 대한 공식 의견을 전달받지는 않았지만 김 의장이 언급한 출총제 폐지는 ‘조건 없는’ 폐지를 말하는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이 국장은 “모든 논의의 틀은 시장선진화TF팀”이라며 “되도록 조기에 대안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