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삼성가 3남매 '글로벌 승부사' 본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격적 M&A… IoT 등 미래기술 수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美 면세점시장 공략… '세계 빅3' 성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英 아이리스 인수… 해외 광고상 휩쓸어

삼성가 3남매가 글로벌 시장에서 종횡무진하며 부친 이건희 회장의 DNA를 이어받은 승부사 본색을 거침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10개월을 넘어가며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최근 글로벌 사업영역을 확장해 삼성가 3세 경영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삼성가 3세들이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글로벌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가며 핵심역량 확보에 안간힘을 쓰면서 불안한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분위기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한 이재용 부회장은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완전한 회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기업사냥에 나서며 '이재용 시대'를 열어젖혔다.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10개월간 삼성전자는 총 8건의 M&A를 단행했다. 이는 2012~2013년 건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스마트 사업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기업 간 거래(B2B)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삼성의 기술만으로는 경쟁업체를 따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올 들어 집어삼킨 심프레스·루프페이·예스코 등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성장 핵심동력과 유관한 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자급자족' 위주의 유기적 성장을 추구했다면 삼성전자의 해외매출이 90%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외부 기술의 적극적 수혈을 통한 개방형 혁신이야말로 생존의 열쇠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26~29일 중국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거물들과 교류한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경제협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한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리옌훙 바이두 회장 등과도 회동할 것으로 본다.


장녀인 이부진 사장의 글로벌 광폭 행보도 만만치 않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호텔신라의 매출을 30%가량 끌어올리는 성과를 보여 삼성가 후계자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포스브의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에 선정되는 등 주목 받는 글로벌 여성 경영인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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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세를 몰아 이부진 사장은 23일 미국의 중견 면세점 기업 '디패스'를 1억달러에 인수해 미국 면세점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 사장이 야심 있게 내건 '글로벌 빅3 면세점'에 한 발짝 다가선 것이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의 내수 중심 사업구조를 글로벌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보고 해외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였다. 첫 번째 작품이 지난해 11월 오픈한 마카오국제공항 면세점으로 전공인 향수·화장품·패션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에 개점한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은 오는 2020년까지 운영한다. 이부진 사장은 2011년에도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을 공항면세점(인천공항)에 유치시켜 승부사 이건희 회장의 장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서현 사장은 2009년 12월 제일기획에 부임한 후 변화와 혁신을 키워드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역량 강화 △글로벌 비즈니스 성장 가속화 △글로벌 인재영입 확대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천명해왔다. 이를 위해 이서현 사장은 해외 M&A의 칼을 빼들었다. 2012년 미국 중견 광고회사 매키니를 인수해 현지화에 성공하며 올해 크록스·디즈니랜드·샘소나이트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 광고대행을 수주했다. 이어 그해 중국 브라보 아시아도 인수하며 차이나모바일·중국공상은행·중국농업은행 등 주요 기업을 광고주로 영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의 독립 쇼퍼 마케팅 전문회사인 '아이리스'를 끌어안아 글로벌 광고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결과로 제일기획은 19~21일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2015 아시아태평양 광고 페스티벌에서 13개의 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성공적인 M&A는 제일기획을 과거 국내 1위 광고회사에서 세계 15위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회사로 올려놓았다. 2009년 29곳에 불과했던 해외거점은 지난해 말 47개로 늘었고 글로벌 순위는 19위에서 4단계 올라섰다.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비중은 77%에 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길어지며 업계에서는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지만 삼성가 3남매들이 철저한 리더십을 지닌 이 회장의 뒤를 이어 새로운 삼성 시대를 만들어내고 있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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