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정아가 말한 '새로운 삶'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정아씨 자전 에세이 '4001'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신씨가 답변을 하고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일명 '신정아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야기들을 소상히 해명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참회와 용서를 비는 내용을 담고 있다./홍인기기자

신정아씨는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시아에서 팔지 않는 명품 가방을 들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정운찬 전 총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간지 기자 등 자신의 책에 등장하는 유력인사들을 모두 거론했고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는 눈물까지 보이는 등 주목을 끌 만한 발언과 행동을 쏟아냈다. 신씨는 기자회견장에 변호사와 동행했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법률적인 검토를 몇 달간 충분히 거친 후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의 언행을 보면 그가 거쳤다는 법률적 검토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소송을 당해 화제가 될지’에 대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의 기자 회견 이후 어딜 가나 신씨 이야기다. 그의 이름과 그가 거론한 유력 인사들은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온종일 오르내렸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의 화젯거리도 단연 그였다. 이만한 마케팅이 없다. 그의 에세이 ‘4001’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출판사 안희곤 대표는 기자회견장에서 몇 부를 찍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확히 밝힐 수 없다며 얼버무리다 “5만부를 찍었는데 (시장) 반응 봐서 1만~2만부 더 찍을 것”이라고 못이기는 척 말했다. 일반적으로 단행본 초판은 많아야 3,000부 정도 찍는 출판 시장에서 5만부는 이례적인 숫자다. 출판계에서 통상 저자에게 주는 인세가 책값의 10%임을 감안하면 신씨가 초판 판매로 벌어들일 수 있는 액수는 7,000만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인세 외에 계약금을 따로 받았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그가 출간으로 벌어들일 돈은 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과거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며 출판 소회를 밝혔지만 어떤 새로운 삶을 원했던 건지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그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정도와 책이 팔리는 속도가 비례한다는 점이다. 사연 많은 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자유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그의 돈벌이에 적극 동원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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