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IMF해결' 자만할 때 아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제정책(DJ노믹스)에 대해 깊은 연구와 이해가 없기는 하나 집권전에는 대중(大衆)경제와 민족경제의 두 축을 통합한 것으로서 저변에는 민주주의가 깔려있는 것으로 나름대로 인식해 왔다.현 정부의 경제시책을 눈여겨 보고 있는 사람의 하나로 집권전에 그가 말하던 내용과 집권후에 펼치는 시책 사이에는 괴리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왔다. 金대통령의 지난 8.15선언은 앞으로의 경제방향이 DJ노믹스의 한 축인 대중경제로 돌아가는 느낌을 주고 있으나, 그 내용과 속도 강도 효과 등을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순수한 분배적 복지경제 보다는 성장가미형(成長加味型) 복지경제를 담은 대중경제가 우리 현실에 더 적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DJ노믹스의 또 하나의 축을 나는 민족경제로 이해 해 왔다. 민족경제의 정의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IMF사태이후 국내외 환경이 급변해 고전적 민족경제적 해법으로는 원활한 사태수습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IMF사태의 해법을 비롯한 현정부의 경제시책에 대해 외국의 이익에 너무 값싸게 영합하고 있다든지, 일본경제를 모방하고 있다든지, 21세기를 향한 비전제시가 없다든지 하는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음을 유의하게 된다. 일본인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교수의 신랄한 비판도 그중의 하나로, 그의 주장 가운데 일부는 상당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전과 집권후의 경제환경이 너무 크게 바뀌어 민족경제의 이상을 구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신민족경제 즉 국제주의를 가미한 민족경제의 선택이 불가피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감정은 국부(國富)를 너무 싸게 팔고 있어 우리에게 남는 것은 껍데기 밖에 없지 않느냐고 우려하고 있음을 정부는 깊이 인식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에 지나치게 맡기다보면 거기서 파생하는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선의의 정부개입이 불가피해 진다. 그러나 정부개입은 정의로운 정부를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기에도 많은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할 경우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이 정부가 깨끗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 맡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많은 분야에서 개혁작업이 요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분야나 정부분야 개혁에서 보듯이 소리만 요란하지 구태의연한 게 많다. 스스로는 개혁하지 않으면서 남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혁명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특히 그러한 것 같다. 물론 경제분야에서 혁명적 개혁을 해야 할 곳은 너무 많다. 우선 경영자문제가 그렇다. 「기업은 사람」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는 소유경영자를 배제하고 전문경영자를 영입하는 쪽으로 개혁을 하고 있다. 소유경영이 저지른 여러 비행 때문이라는 데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전문경영자가 경영한 조직이 과연 우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날 정부관리 기업체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전문경영인에 의해 운영되었으나 결과는 어떠했나. 그야 정부관리기업이고 관치금융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소유경영자는 제 것을 빼먹었다고 치겠지만, 제 것도 아닌데 제것처럼 빼먹다가 기업을 망쳤다면 이야말로 더 나쁜게 아닌가. 문제는 경영자의 자질에 있는 것이지 소유의 형태에 있는 것은 아니잖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업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기업을 무턱대고 외국에 팔아넘기기 보다 외국의 우수 경영자를 옵션으로 영입하여 시범경영을 시켜보는 것도 시도해 봄직한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현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재벌개혁에 역점을 두고 있다. 재벌의 모습이 오늘과 같아서는 안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어느나라건 경제는 기업이 하는 것이다.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기업의 크고 작음은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요즘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는 경제시책이 잇따라 발표되는 것을 보면 선거가 가까워 오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경제는 경제논리에 맞게 운영돼야 하지 정치논리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 집권후반기에 접어든 현정부의 경제시책이 성공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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