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산은·정금 4년만의 통합… 떠오르는 당국 책임론

정권 입맛따라 180도 변화… 혼란 부르고도 실패인정 안해<br>시장마찰 해소·정책금융 강화 분리 논리가 통합의 논리로 말만 살짝 바꿔 교묘히 둔갑<br>정부 정책 신뢰성 떨어뜨리고 인력구조조정 문제 불구 뒷짐만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4년 만에 재통합하기로 하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산은 민영화를 추진했던 전 정권의 입맛에 맞춰 두 기관을 쪼갤 때도, 다시 현 정부의 정책금융 강화 방침에 따라 재통합을 추진할 때도 중심에는 금융당국이 있기 때문이다. 두 기관 통합으로 인력 구조조정 문제와 정부 정책 신뢰성 저하 등 여러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4년 전 때나 지금이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을 담은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을 다음주 공식 발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산은은 공사를 흡수통합하고 민영화를 전제로 설립된 산은금융지주는 해체된다. 그간 분산됐던 대내 정책금융을 산은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4년 전에는 정책금융 강화를 위해 산은과 정금공을 분리했다가 이번에 또다시 비슷한 이유로 통합을 추진하자 이 문제를 전담해온 금융위의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분리와 통합의 논리를 교묘하게 맞바꿔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 분리의 단초를 제공한 산은 민영화 논의는 산은의 시장 마찰 문제가 부각된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다. 이듬해 당시 재정경제부는 국책은행 재정립 방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산은 민영화 이슈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2008년 1월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산은 민영화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산은의 상업 기능을 정책금융 기능에서 분리한 뒤 이를 민영화해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이 방안을 현 체제 형태로 구체화한 것이 금융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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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당시 두 기관을 분리하면서 내세운 핵심 논리는 시장 마찰 해소와 정책금융 강화였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산은의 시장 마찰 문제는 민영화를 통해 해결하고 정책금융은 정금공을 별도로 설립해 순수 정책금융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도 산은 민영화에 따른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됐다.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섣부르게 정책금융 개편을 추진하다 역효과만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단호했다. 산은의 정책금융 부분이 5%에 그치는 등 대부분 분야에 걸쳐 시장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어 정책금융 강화를 위해서라도 두 기관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단호했던 금융위의 입장은 4년도 채 가지 못했다. 새 정부가 산은의 민영화를 중단하고 정책금융을 강화하겠다고 하자 기존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4년 전 두 기관을 분리할 때 쓰였던 논리가 이번에는 말만 살짝 바꿔 통합의 논리로 둔갑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산은과 정금공 통합의 핵심 근거로 시장 마찰 해소와 정책금융 강화를 들고 나왔다. 4년 전에는 전 분야에 걸쳐 시장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어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자회사만 매각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산은 내 일부 정책금융 기능 수행을 위해선 법적 실체를 분리해야만 한다던 주장도 4년 만에 통합해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으로 바뀌었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지만 금융위는 당시의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두 기관 통합으로 인력 구조조정과 정부 정책 신뢰성 저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금융위는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면서 "정권이 바뀌고 다시 산은 민영화 얘기가 나올 때 금융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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