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글로벌과 존중하는 마음

오영호 KOTRA 사장


글로벌 코리아, 글로벌 경영, 글로벌 인재, 심지어 글로벌 유학센터까지. 온통 '글로벌' 천지다. 한때 유행했던 '세계화'나 '지구촌'은 이제 빛바랜 단어가 됐다. 이 시대를 대변하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단연 글로벌이 아닐까 싶다.

웬만한 기업들은 너나없이 글로벌을 모토로 내걸고 있다. 전세계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기업들의 무역·투자를 지원하는 KOTRA도 글로벌을 고객·공헌·도전과 함께 핵심가치의 하나로 삼고 있다.


그런데 쉽게 입에 올리는 데 비해 글로벌에 대한 인식은 깊지 못한 것 같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화는 곧 미국화"라고 말했듯 대다수는 미국이나 선진국이 정해놓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대외지향적인 방향성만 중시할 뿐 근저에 깔려 있는 개념이나 가치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그 결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지적처럼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가 요구되는 불편한 양면성도 띠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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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진정한 글로벌이란 무엇일까. 다양성·투명성·시장성을 들 수 있겠다. 특히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가장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역·인종·문화·역사 등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인데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특히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을 무시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서 가치를 인정해주는 자세가 요구된다. 개도국의 정부인사나 기업인을 만나면 한결같이 한국을 롤 모델로 삼아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가 신흥국에 개발경험을 전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이처럼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내부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함양하는 데에도 이러한 존중의 자세를 기준으로 삼으면 좋겠다. 지금 공직사회나 공공기관 개혁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국가 혁신에 대한 요구가 높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우리의 사고방식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면 모두가 바라는 안전하고 선진화된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존중은 조직생활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리더십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제임스 M 쿠제스는 존중에 대해 "첫째로 야단치지 않는 것, 둘째로 인정하는 것, 셋째로 애로사항을 살피고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원에 대한 상사의 존중은 직원들의 충성을 이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세계화의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대외적인 지향성과 우리 내부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조화를 이룰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러지 못하면 반쪽짜리 글로벌화에 불과하며 선진사회 진입도 요원하다. 매년 지구를 열 바퀴 이상 돌면서 무역현장을 순회하다 보니 글로벌화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일까. 직원들에게 노파심으로 들려주는 잔소리가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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