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손보는 국내 14개 손보사 중 덩치는 작지만 가장 오래된 회사 가운데 하나이다. 전신인 국제손해재보험은 미군정청 시절인 지난 1947년에 탄생했다. 그동안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의 이 회장에게 경영권과 오너십이 쥐어진 것은 2004년 이후이다.
그린손보가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기 전 다른 회사에 피인수될 가능성이 높아 보험계약자들에게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당국은 본다. 그럼에도 우리가 지금 그린손보에 주목하는 것은 이 사태를 몰고 온 근원 때문이다.
그린손보의 추락은 금융회사의 본분과 최고경영자 리스크에 대해 잘 말해주는 사례다. 증권회사 출신인 이 회장은 한국 인수합병(M&A) 업계 1세대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회장 취임 이후 보험영업보다 자산운용, 특히 주식투자에 중점을 뒀다. 경영권 분쟁 등 주가급등 사유가 발생한 회사들의 백기사 역할을 하면서 한때 큰 수익을 내기도 했다. 선박선수금 환급보증(RG) 등 다른 보험사들이 꺼리는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불의의 타격을 받았다.
보험회사 경영의 요체는 리스크 관리다. 은행은 100원을 받아 1년 뒤 이자를 얹어 105원을 주면 되지만 보험사는 보험료 100원을 받아 나중에 1,000원 혹은 1만원이 나갈 수도 있다. 장기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핵심이다. 그린손보는 본말을 전도시켰다. 업계 평균(8%)의 4배, 즉 운용자산의 3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왔다. 장기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보험회사의 운명을 초단기 하이리스크 주식투자에 맡긴 셈이다.
금융감독 체계의 허점도 동시에 떠오른다. 보험회사가 지난 수년간 위험한 행각을 해왔는데도 막바지에 경영개선조치를 내린 것 말고는 무슨 사전 경보조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법령상 하자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면 감독체계의 근본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