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침체 심화 반영... 수출도 역부족

상장ㆍ등록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 결과는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던 기업들의 순이익이 올들어 급감하고 대거 적자 전환했다는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부진이 심각하고 수출 역시 내수침체의 돌파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업은 물론이고 제조업의 매출과 순이익ㆍ영업이익 등이 모두 급감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 3월 187개 주요 상장기업의 실적 전망자료를 통해 매출액은 8.3% 증가하고 순이익은 1.1%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실적 결과는 이보다 훨씬 악화됐다. 문제는 2ㆍ4분기에도 악화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경기 및 실적회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시아권 경제에 타격을 준 사스 충격이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카드채 문제도 여전한 잠복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여부도 미지수다. ◇대내외 복합악재로 내수ㆍ수출 동시 부진=1분기 실적 악화는 올들어 연이어 터진 대외적인 악재들로 인해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됐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이라크전쟁을 전후해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과 세계경기 둔화 ▲북한 핵 문제에 따른 컨트리 리스크 증가 ▲사스 공포 확산에 따른 아시아권 경기 침체 등이 수출산업에 타격을 가했다. 내수 침체도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올들어 소비둔화와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ㆍ카드채 문제 등에 따른 내수 경기침체는 내수시장에 기반을 둔 업종에 직격탄을 날렸다. 대표적인 내수업종으로 카드채 부실을 안고 있는 금융업종과 수출 주력산업의 손발에 해당하는 운수창고업종이 적자로 돌아선 것이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했음을 반증한다. 수출 주력산업인 전기전자업종의 순이익은 60.24%나 크게 감소했다. ◇11대 그룹 실적도 급감=국내 경제의 주력인 대기업 그룹도 실적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출자총액 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공기업을 제외한 11대 그룹 가운데 합병ㆍ기업분할로 비교가 어려운 LG그룹을 제외한 10대그룹의 1분기 순이익은 2조1,7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81% 급감했다. 이중 현대자동차와 한화ㆍ현대중공업그룹 등 3개 그룹의 순이익이 늘어났을 뿐 대부분 실적악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LGㆍ한진ㆍ금호그룹은 LG카드ㆍ대한항공ㆍ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적자로 그룹 상장사의 전체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그룹 역시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30.24%, 38.0% 감소했고 SK그룹도 내수 부문의 매출 증가로 매출액은 24.71%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9.73% 감소했다. ◇실적악화 지속되고 있어 부담=문제는 기업들의 이 같은 실적 악화가 언제쯤 해소될 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회복세를 보였던 반도체가격이 다시 바닥을 모르는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회복세를 보일 조짐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채 문제는 꺼지지 않은 잠재악재다. 신성호 우리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경기회복은 일러야 3분기에나 가능하고 늦어지면 내년 초로 지연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실적 악화 속에서도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신규투자보다는 부채상환에 주력한 결과로 분석된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상장기업 466개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113.39%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3%포인트 낮아졌고 코스닥 비금융 654개사의 부채비율도 2.7%포인트 낮아진 118.2%를 기록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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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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