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월성 1호기 사용 연장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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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설계수명(운영허가기간) 30년이 끝나 가동을 연장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15일 이를 두고 논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찬성 측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계속운전 심사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이미 운전 연장을 위해 5,600억원을 투입한 점, 전력수급 문제 등을 감안해 계속운전을 주장했다. 반면 민간 검증단은 안전성 보장이 어렵다며 신중한 결정을 요구했다. 오는 12일 재심의를 앞두고 연장 사용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 찬성-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안전문제 없다는 것 이미 알려진 사실

선진국서도 계속운전은 보편적 현상


원자력발전소를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 계속(연장)운전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고 확립된 기술이다. 전 세계 435기의 원전 가운데 86기가 이미 계속운전을 하고 있다. 월성1호기와 동일한 중수로 48기 중 12기가, 그리고 참조 노형인 포앵 르프로(Point Lepreau) 원전도 이미 계속운전을 하고 있다. 안전성에 대해서는 우려할 이유가 없다.

일각에서는 월성1호기 운전이 국가적으로 이득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지만 말이 안 된다. 시설을 더 사용하는 것이 어떻게 경제성이 없을 수 있는지 궤변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계속운전은 월성1호기 자체의 경제성, 국가적인 전력 수급, 부지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담당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가 판단할 일이다. 국가가 그렇게 위임한 것이다.

원전 계속운전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 이미 이뤄졌다. 계속운전에 관한 법령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 이미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대의(代議)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물론 이러한 합의에 대해 새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재차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그것도 길바닥에서는 아니다.

몇 가지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원전의 수명이라는 표현이 주는 왜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운영허가기간이 맞는 표현이다. 수명이라는 단어를 빗대 사용하면 원전이 마치 생명체인 양 여겨지면서 수명 연장은 마치 다 죽은 것을 살려내는 것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유도한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웅변술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또 미국에서 최초로 원전의 인허가기간이 결정됐을 때 기술적 제약 때문이 아니라 전원 독점을 제약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때문에 결정 당시에도 이미 계속운전이 예정된 것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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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법체계가 다르다.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허가를 주면 평생 허가다. 건축허가를 받고 준공허가를 받으면 시설이 건전성을 유지하는 한 몇백 년이건 써도 무방하다. 필요하다면 중간에 보수교육이나 점검을 한다. 반면에 미국은 면허를 일정 기간 부여하고 재심사를 통해 연장해줄 것인지 결정한다. 원전이 미국에서 도입되면서 우리 법체계에는 익숙하지 않은 운영허가기간이라는 것이 도입된 것이다.

계속운전이라는 것은 기계가 성능을 발휘하고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면 더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단순히 성능만 발휘되는 것뿐만 아니라 충분한 안전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는지까지 모두 확인한 후 규제당국의 계속운전 허가가 결정된다.

한수원은 이른바 공사다. 계속운전을 포기하고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속 편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손해는 전력요금을 내는 국민이 부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속운전을 하겠다는 것은 나라를 위해 수고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계속운전이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선진국에서 계속운전은 보편적 관행이고 동일한 원자로형도 캐나다에서 계속운전을 하고 있다.

● 반대-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수명 연장해도 8년 밖에 사용 못해

경제성 떨어져 연장땐 수천억 적자


지난달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 수명 연장 허가 여부를 심사했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를 위해 차기 회의에 안건을 재상정하기로 결정했다.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어느 나라나 뜨거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7년 고리1호기의 수명 연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오고 갔다. 당시 논쟁은 주로 정보 공개를 둘러싼 것이었다. 수명 연장 심사보고서는 전혀 공개되지도 않았고 공청회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열리지도 않았다.

이번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을 둘러싼 논쟁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로의 주장을 자세히 보면 같은 주제에 대해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기보다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를 비롯해 월성1호기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큰 틀에서 보면 안전성뿐만 아니라 경제성, 국민 수용성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수명 연장 심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바꿔 말하면 현재의 핵발전소 수명 연장 심사 절차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월성1호기의 경우 수명 연장 심사보고서가 제출되기 전인 2009년부터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압력관 등 주요 부품을 교체했다. 설사 이번에 수명 연장 허가 승인이 이뤄진다 할지라도 추가로 부품을 교체해야 안전성이 유지된다. 또한 수명 연장 심사가 무려 5년 넘게 진행되면서 이제 수명 연장이 결정된다 할지라도 8년밖에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성1호기의 경제성은 계속 떨어져 수명 연장을 하더라도 수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공기업 한수원이 운영하는 핵발전소의 적자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왜 2007년 고리1호기 수명 연장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법과 제도를 아직까지 고치지 않고 있는가. 지난여름 전력 피크 당시에도 전력예비율이 10%가 넘었는데 고작 전체 전력의 1%도 생산하지 않는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이 시급한 문제인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한수원 비리 사건 이후 국민들의 핵발전소에 대한 불안감, 특히 노후 핵발전소에 대한 불안감을 왜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있는가. 정부와 핵산업계는 이런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안전하니까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얼마 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에서 발언한 '2차 대전 때 쓰던 전투기도 에어쇼에서 잘 나는 것처럼 노후 원전도 유지보수 잘하면 안전하다'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필자는 오히려 정부와 핵산업계에 왜 1970년대에 만들어진 자동차 '포니'를 타고 다니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포니'는 우리나라 수출의 상징이고 아직도 잘 작동하는 차가 꽤 있다. 에어백 등 지금은 기본이 된 안전장치는 당연히 없고 언제 고속도로에서 멈출지 알 수 없는 골동품이지만 제3세계에서는 아직도 잘 쓰이는 장면이 종종 보도되고는 한다. 이런 골동품은 박물관에 보내는 것이 상식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와 같은 거대 재앙을 눈뜨고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그런 상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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