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일본이 과거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데 대해 사과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깊은 고통을 느낀다"면서 "역대 총리들과 다르지 않게 고노담화를 계승하고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발표된 고노담화는 위안부 모집과 이송·관리가 강압으로 이뤄졌음을 적시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나 사죄 입장은 밝히지 않았으며 위안부 여성을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피해자'라고 표현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깊은 고통을 느낀다(deeply pained)'는 말도 2012년 노다 요시히코 민주당 내각이 유엔 기구에 제출한 보고서에 쓴 '사과(apology)와 반성(remorse)'을 대체하는 후퇴된 표현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전쟁 중 여성 인권이 종종 침해돼왔다"고 말해 일본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위안부 강제동원을 전쟁 중에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여성 인권 침해사례와 동일시한다는 인상을 줬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려 하면서 비판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미국 내 다음 행선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한국과 중국계 시민 300여명이 도심에 위치한 일본영사관 앞에서 "아베 라이어(아베는 거짓말쟁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인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규탄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대표적 친한파 의원인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는 29일 아베 총리의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CNN 오피니언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대로 사과를 해야 할 때"라며 "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거듭 촉구했다. 공화당에서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도 아베 총리의 과거사 발언에는 "분명히 뭔가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에는 한인단체 등과 서경?Z 성신여대 교수가 각각 일본의 전쟁범죄 사죄를 촉구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