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 고용안정책이 되레 안정 해칠라

고용노동부가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단계적 정년연장, 휴일ㆍ연장근로 축소, 비정규직을 반복ㆍ악의적으로 차별하는 기업에 대한 징벌적 금전보상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삶의 질을 높이고 근로자에게 든든한 일터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취지가 좋더라도 노사 간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밀어붙일 사안은 결코 아니다. 고용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책을 병행해야 연착륙할 수 있다. 노사라는 두 수레바퀴 중 한쪽만 빨리 돌아가면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정부 대책이 오히려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고ㆍ엔저 여파로 15조~20조원의 추경예산을 투입해야 할 정도로 경제환경이 좋지 않은 시기에 고용안정마저 흔들릴까 우려된다.


고용부가 추진하는 정년연장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2017년부터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기업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60세 정년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기업들의 평균 정년은 58.4세지만 주된 일자리에서 실제 퇴직하는 나이는 53세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은퇴 후 생계형 자영업 등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잖다. 고령사회로 치닫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이자 세계적인 추세다. 다만 기업이 감당할 수 있도록 근무형태ㆍ임금체계와 관련한 제도적 유연성을 먼저 갖추는 게 순서다. 청년 일자리가 줄고 대기업ㆍ공기업 근로자만 혜택을 봐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씻을 대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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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근로 개선은 주40시간 법정근로 외에 1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는 연장근로에 휴일근로가 포함되도록 근로기준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우리나라의 장시간근로는 삶의 질과 건강을 악화시키고 일자리 나누기를 저해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기업들은 추가 고용부담을 이유로, 노동계는 임금손실을 우려해 소극적이다. 정부도 지난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다가 기업여건 등을 고려해 유보했었다.

취지가 좋은 정책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크다. 든든한 일터를 만들겠다며 추진하는 정책이 일자리 창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묘안을 찾아낸 뒤에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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