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매 유통업계 순위 2ㆍ3위를 달리고 있는 프랑스의 까르푸(Carrefour)와 네덜란드 아홀드(Ahold)가 브랜드 전략 차이로 최근 매출ㆍ순익에서 명암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3일 기업 인수 후 브랜드명을 모두 바꾸는 '단일 브랜드' 전략을 선택한 까르푸가 시너지 극대화에 실패한 반면 기존 브랜드를 유지한 아홀드는 큰 폭의 매출 및 순익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홀드의 올 상반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늘어난 6억4,100만유로(약5억7,7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까르푸의 순익은 같은 기간 5.9% 증가, 아홀드의 절반인 3억2,000만 유로에 그쳤다.
저널은 친밀도 높은 기존 브랜드를 유지했는지 여부가 이들의 희비를 가른 것으로 분석했다.
◇까르푸, 단일브랜드 전략으로 낭패
까르푸는 지난 99년 150억유로에 라이벌 프로메데스를 인수하면서 유럽 각지의 매장을 자사 이름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상품 진열 등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전환했으며 프로메데스 브랜드로 납품되던 각종 생필품도 그 이름을 까르푸로 교체했다.
그러나 까르푸의 매출과 순익 증가속도는 그 이후 예상과 달리 오히려 둔화됐으며, 주가는 30% 가까이 떨어졌다. 프로메데스란 브랜드 명에 익숙해 있던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진 게 주요 요인이라고 저널은 전했다.
까르푸의 대변인인 크리스티안 하노레도는 이와 관련 "기존 브랜드를 교체한 것이 소비자의 선호도를 감소시켜 온게 사실"이라면서도"그러나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홀드, 지역브랜드 특성 살려 성공
아홀드는 슈퍼디플로(스페인), ICA(스웨덴), S&S 앤드 자이언트(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25개의 매장 이름을 갖고 있다. 유통업체는 정치와 마찬가지로 지역주민의 정서에 친근한 기존 매장명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이 회사의 전략에 따른 것.
이 같은 전략의 성과로 아홀드는 매출과 순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가도 지난 99년 11월 이후 14% 상승했다.
아홀드의 대변인인 잰 홀은 "단일브랜드 보다는 25개의 브랜드명을 유지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그러나 비용증가보다 훨씬 빠르게 매출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