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사진)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3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20주년 컨퍼런스에 참석해 특별연설을 통해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양적완화의 축소에 따라 자본이 다시 미국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신흥국들이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어 다시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역할이 아직 유효한 것으로 분석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6~7년 전에도 이미 달러의 역할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며 "20년, 30년 후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달러가 여전히 기축통화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에 대해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그는 "전반적으로 각국이 사회ㆍ정치적인 혼란을 겪는 가운데 낮은 성장률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전세계적인 리더십과 협력의 부재 탓"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일본ㆍ독일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기피하고 있는데다 국내 이슈와 각국 정치ㆍ관료계의 포퓰리즘으로 국제적인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낮은 성장률은 악몽"이라며 "사회적 불안정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 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 대해 "아시아의 모든 국가는 '차이나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일본 경제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중국의 내부적인 불안정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유럽은 "높은 실업률 등 고질적인 문제를 계속 미루면서 경기침체를 겪고 있으며 상당 기간 0.5~1.5% 사이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주요20개국(G20)과 IMF가 가장 쉽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G20은 2009년 이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며 "조직을 재정비한 후 IMF와 함께 전세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