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0월 24일] 안이한 늑장 대응이 위기 키운다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며 연일 대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구제금융, 은행 국유화, 감세 등 각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시장의 불안과 공포감은 더욱 증폭돼가고 있는 양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은 여태 변변한 대책 한번 내놓은 적이 없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충격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환율이 폭등하면 외환보유액을 찔끔 내다팔고 한국은행이 마지못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게 고작이다. 유가급등으로 일시적으로 물가가 불안하자 선제대응 운운하더니 정작 금융쓰나미 앞에서는 액션이 없다. 은행외채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말라버린 뒤여서 외화조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증시는 아시아국가들 중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거듭하고 있고 정부의 외화유동성 공급으로 안정을 되찾는 듯하던 원ㆍ달러 환율도 다시 급등하며 10년 만에 1,400원대에 들어섰다. 대책이 실기를 거듭함에 따라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국 간에 손발이 맞지 않고 사태가 악화돼서야 땜질식 대책을 내놓는 데 급급하고 당국자들의 실언 탓도 크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높은데도 위기의식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한은의 적극적인 대응이 아쉽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어제 총액대출한도를 2조5,000억원으로 늘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장이 기대를 걸었던 은행채 매입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했다. 한은이 은행채를 매입해줄 것이라는 기대로 떨어졌던 금리는 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양도성예금증서와 기업어음까지도 매입해주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혼돈에 빠진 시장을 획기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다른 나라와 정책보조를 맞춰 뒷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장의 불신과 공포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비상시국인 지금은 금리 추가 인하, 은행채 매입, 재정확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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