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그룹:12/방글라데시 자무나대교(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열악한 기후·자재난 어려움 뚫고 터잡기/“아시아 최장내륙교” 새신화 도전/약한 지반·풍토병에 선진사도 “공사 불가능” 불구/특별 바지선·신공법 등 총력… 98년 완공 차질없이히말라야산맥에서 발원해 우리나라의 남북한 정도 크기의 방글라데시를 동서로 가르며 뱅골만으로 흘러드는 자무나강. 강폭이 무려 10㎞에 이르는 이 강은 국민 1인당 GNP 2백40달러로 세계최빈국으로 꼽히는 이 나라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우기인 6∼8월이면 강이 범람, 많게는 전 국토의 80%가 물에 잠겨버린다. 이 강은 또 방글라데시를 동서로 갈라 두 지역간 교류를 봉쇄하고 있어 이 나라의 경제발전은 자무나강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건설은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은 이 땅에 아시아 내륙교중 가장 긴 다리 건설에 땀과 지혜를 쏟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바로 방글라데시 정부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등의 차관으로 건립하고 있는 「자무나다목적교량」이다. 자무나강 동쪽의 보아푸르와 서쪽의 시라즈간지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자무나강에 건설되는 최초의 다리다. 공사현장은 이 나라의 수도 다카에서 조디푸르고속도로를 따라 북서쪽으로 약 1백40㎞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름이 고속도로일 뿐 편도1차선의 이 도로는 곳곳이 패여있고 보수가 제대로 안돼 우리네 지방도만도 상태가 좋지 않다. 또 사람들의 생활이 도로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곳곳이 사람과 「릭쇼」(인력거와 비슷한 이나라 주요 교통수단)로 막혀 현장까지 가려면 4∼5시간씩 걸리는게 다반사다. 현장으로 향하는 도로 주변에는 길거리에서 소를 잡는 모습, 웅덩이에서 멱감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이곳 사람들의 생활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공사현장에 도착하면 우선 어마어마한 현장규모에 놀라게 된다. 3백톤짜리 교각이 육중한 굉음을 울리는 크레인에 의해 들려지고 있고 한쪽에서는 현장에서 제작된 1개당 1백75톤짜리 상판용 세그먼트들이 교각위에 올려지기 위해 수백m에 이르는 레일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공정들이 거대한 현장에서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자무나대교 공사는 폭 10㎞의 강 양쪽을 매립, 연결도로를 놓고 강 중심부에는 4.8㎞의 다목적교량을 건설하는 공사다. 98년 6월 완공예정인 다리는 강에 놓인 다리로는 세계최장이라는 점 외에 아시아경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에서 출발, 중국·인도·동남아시아 일대를 연결하는 아시안하이웨이의 가장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이 2억5천만달러 규모의 대형 공사에 차관을 기꺼이 제공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대건설에게 이 공사는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 설계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 턴키방식으로 수주, 현대의 순수 기술력으로 건립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무나대교 공사에는 다른 교량공사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어려움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공사 수행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재의 수급문제다. 물을 제외하고은 공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재를 인근에서 구할 수 없다. 시멘트와 철근등은 현장으로부터 3백여㎞ 떨어진 남부 해안의 몽글라항에서 운반해 와야 한다. 강을 연결하는 다리가 없어 수로를 이용해 운반해 와야 하는데 물길에 밝은 현지인 8명이 투입되도 5일은 족히 걸린다. 자갈의 경우 사정은 더욱 어렵다. 전 국토가 퇴적토라 자갈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자갈이 없기 때문에 이 지방 사람들은 간단한 건축공사에는 자갈 대신 벽돌을 구워 쪼개서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북쪽으로 4백80㎞나 떨어진 북쪽의 실렛지방에서 실어와야 한다. 이 역시 육로가 아닌 수로로만 운반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송에 10여일이나 걸린다. 『자무나대교 공사의 성공적인 수행은 자재를 어떻게 차질없이 공급하느냐에 달렸다』는 김영배 현장소장의 말 한마디로 자재공급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 수 있다. 현대는 자재 운반을 위해 1천4백톤의 짐을 실을 수 있는 바지선 3척을 직접 제작했다. 이 바지선들은 수심 2m이하의 강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도록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 공사 수행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강바닥이 퇴적토라는 점은 운송외에 또다른 어려움을 낳는다. 퇴적토이기 때문에 지반이 약하다. 따라서 교각을 받쳐주기 위해서는 1백21개의 파일을 84m 깊이로 박아야 한다. 이 위에 파일캡을 씌우고 교각과 상판을 올려야 한다. 일본·유럽 등의 선진 건설업체들마저 손을 든 난공사다. 현대는 우선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교각을 세우기 위해서 직경 2.5m, 3.15m짜리 원통형 파일을 2∼3개씩 1백m 간격으로 50군데 박아넣었다. 파일을 박고 나면 파일속의 흙을 거대한 흡인력의 펌프로 제거한후 콘크리트를 채워 넣게 된다. 파일작업이 완성되면 비로소 파일캡을 씌우고 교각과 상판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상판을 올리는 작업에 FCM(Free Cantilevering Method)이라는 신공법이 적용됐다. 이 공법은 지지대를 사용하지 않고 「세그먼트」라는 구조물을 1백m 단위로 박혀 있는 교각 양쪽에서 균형있게 연결해 상판을 만들어나가는 공법이다. 각 세그먼트은 철심과 특수접착제로 연결돼 상판 구실을 하게 된다. 무려 1천2백50개에 달하는 세그먼트가 1백m 간격으로 세워진 교각 위에 지지대 없이 지탱되는 것이다. 기후 또한 현대가 넘어야 할 커다란 장애물이다. 몬순기후인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우기인 6∼8월에는 다리가 물에 잠겨 공사 자체가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풍토병과 전염병까지 현지의 근로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자무나대교 공사는 현대 특유의 추진력으로 하나씩 그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전체 공정의 75% 정도가 완료된 현재 파일작업을 마무리하고 파일캡과 교각, 세그먼트를 올리는 작업에 여념이 없으며 강 동쪽에서부터 시작된 다리가 어느덧 그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공사에 투입된 40여명의 현대맨들은 40명의 우리 근로자와 1천6백여명의 외국근로자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면서 「기술현대」의 이미지를 심어나가고 있다. ◎인터뷰/김영배 자무나대교 현장소장/“현대 최대무기는 기술·추진력… 이번 경험 돈으로도 못살것” 『자무나대교 공사 경험으로 현대는 최소한 교량공사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1천6백여명의 근로자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고 있는 김영배 현대건설 자무나대교 현장소장은 『이번 공사는 한마디로 열악한 자연과의 싸움에 성패가 달렸다』고 단언한다. 『자재수급문제, 국토 대부분이 물속에 잠기게 하는 엄청난 비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 공사가 이뤄지다 보니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김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 중간에도 10분이 멀다하고 들어오는 보고내용을 처리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공사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사소한 문제들에는 이제 만성이 됐다』는 그는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꽤 공사진척에 속도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사로 큰 이익을 남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김소장은 『그러나 현대가 이번 공사를 통해 습득한 경험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수한 현대의 기술력으로 일본업체까지 손을 든 난공사를 무리없이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정부뿐 아니라 공사감리를 맡은 영국 업체들까지 현대의 추진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 근로자의 인건비가 비싼 만큼 해외공사현장에서는 최소한의 인력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현지인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지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에게 현대건설의 기업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김소장은 매일 아침 공정회의를 통해 작업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일일이 공사현장을 돌아보면서 자재수급 현황, 공정진척도 등을 점검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자금력이 뒤질 수 밖에 없는 우리 건설업체들은 기술력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설계·시공·관리능력등을 골고루 갖춰야만 무한경쟁에 접어든 건설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 66년 월남 건설현장을 시작으로 30여년동안 대부분을 해외 건설현장에서 몸담아온 김소장이 보여준 소박하지만 깊은 경험이 배어 있는 건설철학이다. ◎압둘 교량처장이 본 「자무나 공사」 의의/“완공되면 방글라경제 10% 성장 효과” 방글라데시 정부가 자무나대교에 거는 기대는 자무나대교 공사를 총괄하는 부서장을 차관급으로 임명한 것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자무나대교 건립은 그동안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격리돼 있던 북서지역 주민들이 다카등 중앙무대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습니다』 자무나대교 공사를 총괄하고 있는 압둘 무이드 쵸드리 자무나교량처장은 이 다리가 놓이면 적어도 방글라데시 경제에 10%이상의 성장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곡물 생산지인 북서부에 비료등 필요한 자원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고 이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동부지역으로 적기에 운송이 가능해 전체 경제에 큰 혜택을 미칠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또 교량에 매설되는 가스·전기시설 등이 전 국토로 공급되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공업 발달에도 크게 도움이 될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그는 현대가 이번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며 이번 공사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경험으로 다른 공사 수주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아직 현장운영면에서는 서구 기업들에 비해 세련되지 못하지만 사업추진력이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는 압둘 처장은 『이번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세계적인 건설업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어려운 건설여건 속에서도 자무나대교 공사를 위해 애쓰고 있는 현대건설 근로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그는 『자무나대교 공사가 한국과 방글라데시간 경제협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보아푸르(방글라)=정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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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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