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맛이죠. 한달 매출 절반을 날리게 생겼는데….”
서울 광화문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권모(46)씨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한숨이 나온다. 경기침체로 ‘돈 맛’을 본 지도 오래인데 긴 추석연휴까지 겹쳐 9일 가까이 가게 문을 닫게 생겼다.
최장 9일까지 지속될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직장가 및 공단 인근에서 ‘점심장사’를 하는 식당업주들이 울상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30일 혹은 다음달 3일부터 실제 휴가가 시작돼 장기간 도심과 공단을 떠나는데다 연휴 전후로 지갑이 얇아져 되도록 싸게 한끼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ㆍ여의도 등 고층 빌딩들이 몰려 있는 직장가의 식당 업주들은 연휴기간 문을 아예 닫기도 그렇다고 열어놓기도 애매하다. 광화문 근처의 한 한우집 사장 인모(52)씨는 “추석 때 가족단위 고객들이 찾아올지 몰라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가게 문을 열 생각”이라며 “직장인들이 없으니 손님은 반으로 줄겠지만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천의 대표적인 공단으로 꼽히고 있는 남동공단 주변 음식점들도 두 배 가까이 길어진 추석연휴 기간이 ‘골칫거리’다. 인천상공회의소 주변의 복 전문점인 ‘복청’의 경우 공단 특성상 낮시간대에 주로 손님이 몰리고 밤에는 한가해 이번 추석연휴로 매출액이 평소의 절반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업소의 한 관계자는 “추석연휴로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는 것만큼 음식점들도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 녹산공단 주변 음식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부산ㆍ울산 중소기업청과 시중은행, 각종 녹산공단 지원시설들이 들어서 있는 이 일대에는 현재 70여곳의 음식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고향삼겹살’ 식당을 운영하고 있은 이모(56)씨는 “아직 연휴 기간이 안돼 문을 닫을지 열지 망설이고 있지만 현재도 현상 유지가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기는 무슨 경기예요. 가뜩이나 기아차 파업 여파로 근로자들이 지갑을 닫아서 죽을 썼는데 이번 추석 때는 하남산단 근로자들도 4-5일 정도 쉰다니 우리도 마음 편하게 쉴 작정입니다.”
광주지역 대표 산단인 하남산단 내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1) 사장의 푸념이다. 그는 “지난해에는 추석이 일요일이어서 별다른 영향을 안 받았는데 올해는 무슨 연휴가 그렇게 긴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한편 분식점 등 가격이 저렴한 대중음식점들은 추석연휴를 전후해 지출이 많은 직장인들이 값이 싼 대중음식점을 찾는 일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