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7월 29일] 왕년의 수출용사

“직원 20명을 12명으로 줄였습니다.” 포장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장 P씨. “내수에만 의존하다 보니 더 이상 감당이 안돼 해고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특단의 대책 없이는 공장문을 닫을 판이라 KOTRA 수출상담센터를 찾아왔다”며 P 사장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최근 들어 이처럼 KOTRA 수출상담센터를 찾아오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수출 경험이 없는 내수기업들. 워낙 국내 경기가 바닥이라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이들의 고충을 들어 주고 때로는 해결책도 제시해주는 고마운 분들이 바로 어제의 수출용사들이다. 지난 1960~1970년대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오늘날의 한국을 있게 한 무역 역군들, 이들이 화려하게 부활해 중소기업의 수출 물꼬를 트고 있다. 실제로 수출지원단에서 일하고 있는 한 노병의 말을 들어보자. “사연을 들어 보면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욱 심각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수출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영세 기업이 많아 지원하는 데 애를 먹고 있어요. 하지만 단돈 100달러의 샘플수출이라도 경험하게 해주면 그리 고마워할 수가 없지요. 이 맛에 일합니다.” 해외근무 경험 10~20년의 전직 상사맨들로 구성된 KOTRA 수출지원단은 상담을 통해 수출 중소기업들의 애로를 해결해주기도 하고 직접 1인당 3~5개사를 배정 받아 해당기업의 수출 마케팅 업무도 지원하고 있다. 실전경험이 풍부한 왕년의 수출역군들의 현장 복귀는 전문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는 가뭄 끝에 단비와도 같다. 대부분의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내수부진을 해외시장 개척으로 타개해보려고 하지만 수출 경험이 전무하고 전문인력을 따로 고용할 수도 없는 실정이어서 그저 애만 태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출 노병들은 국내 중소기업을 대신해 외국 바이어들과 직접 상담활동을 전개하고 오더를 확보하는 등 해외 진출 경험이 없어 수출을 못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큰 힘이 돼주고 있다. 수출 베테랑들의 활동은 중소기업을 위해서도 고무적이지만 본인들 스스로에게도 사회에 기여하고 생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30년 동안 수출업무를 담당하다가 2001년 은퇴한 Y씨는 “다시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아 생활에 활력을 느낄 수 있으며 좋아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돼 가족들도 기뻐한다”며 “아직은 녹슬지 않은 수출노하우를 각 중소기업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국가적으로도 수출 5,000억달러를 넘어 1조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많은 새로운 수출기업을 육성해 저변을 확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퇴직 무역 베테랑들을 활용하는 것 보다 더 좋은 대안은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경제 발전과 고령화시대 사회 문제 해소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퇴직 무역전문인력 활용을 적극 확대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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