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벤처 紅燈街에서

거리는 춤춘다.충혈된 눈을 한 굶주린 객들. 밤. 불빛만 찾아 객들은 쓸려 다닌다. 경쟁하는 빨간 조명. 가뜩이나 빨간 백열등, 거기에 덧칠까지. 누가 더 빨간가. 포주들은 악을 쓴다. 더 벗으라고. 벗기우기 경쟁. 객들은 묻지 않는다. 육신과 영혼이 썩어 문들어졌음을. A라는 기업. A는 지난 9월 주가가 3,000원이었다. 유상증자를 앞둔 상황. 나스닥에 상장하자마자 공전의 히트를 날린 기업과 제휴한다고 A는 발표했다. 「독점 제휴」를 강조하며 공시까지 했다. 10월에 합작사를 세운다고. 객들이 하늘처럼 우러러 보는 「우상」 나스닥기업과…. A가 밝힌 극도로 빨간 조명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주가는 그뒤 5배 이상 뛰었다. 합작기업은, 그러나 아직도 세워지 않았다. 요즘 A의 합작이 「사기」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또 다른 기업 B와 C. 둘 다 이른바 인터넷 「인」자 간판을 단 기업이다. 얼마 전만 해도 두 회사는 주가가 3만원으로 비슷했다. B가 어느날 조명을 빨간 색으로 바꿨다. C는 조명보다 R&D 파워 스위치를 더 올렸다. 지금 B의 주가는 20만원. C는 조명발을 못받아선지 1만5,000원으로 반감했다. C의 사원들은 요즘 일을 못한다. 온종일 객들의 전화에 시달려서. 항의만 하면 괜찮다. 『빨리 조명 올리지 못해!』 식 협박까지 쏟아진다. 심지어 훈수까지 해댄다. 『신규 사업계획 발표하라』『공시를 이렇게 하면 주가가 오른다』『자사주를 매입하라』며. C는 R&D 파워를 내릴 유혹을 느낀다. 21세기의 희망이어야 할 벤처기업. 그들의 세기말 자화상이 이게 다는 아닐 것이다. 「기술의 힘」과 「경쟁력 신화」를 신앙처럼 떠받드는 벤처기업들이 아직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당위 섞인 기대감이 요즘 여지없이 배반당하는 것을 본다. 「꿈」과 「희망」 대신 「돈독」만 덕지덕지 낀 얼굴의 벤처기업을 볼 때 그렇다. 벤처기업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두자. 하지만 돈독이 퍼지는 오염의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누구는 말한다. 『현 벤처기업중 90%는 곧 망할 정크 컴퍼니』라고. 『껍데기와 허풍만 가득한 벤처들이 광란의 투기열풍을 낳은 주범』이라고. 요즘 「한탕」에 성공한 벤처기업인 중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가 올려 번 자금으로 본업은 팽개치고 벤처투자조합, 창업투자회사를 세우는 경우도 있다. 회사의 이름을 팔아 사익만 챙기는 이들의 매명(賣名)은 매춘(賣春)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증권시장은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토대다. 증시를 포주들이 활개치는 홍등가처럼 방치해 그 토대가 좀먹게 할 순 없다. 이제부터라도 제발 좀 물어보고 투자하자. 그래서 잡초들은 솎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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