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1C 가교… 위기를 극복하자(선택 97)

◎정부부터 저효율타파 나서라/부처통폐합 이후 비대화 되레 심화/재정긴축·공무원감축 결단을/봉급생활자 7명중 1명이 공무원/일·불 이미 정부개혁 대장정 돌입새해 우리 경제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제주체 모두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결연한 각오로 이뤄져야 한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결단이 우선돼야 한다. 우리와 같은 중앙집권적 정치 경제체제에서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가시적 자기절제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부부문의 대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대국 일본이 정부개혁의 대장정에 들어갔다.60만명의 공무원수를 40만명으로 줄이기 위한 정부개혁이 21세기초를 목표로 추진되고 대장성(재무부)의 분리작업도 계획되고 있다. 관료국가의 표본인 프랑스도 중앙부처의 공무원을 올해 7천명 이상 줄이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뉴질랜드가 정부개혁에 성공한 것은 이미 우리에게 교훈이 되고 있다. 80년대초 마이너스성장과 고인플레, 재정적자와 경상수지적자라는 경제위기국면에서 뉴질랜드정부가 취한 개혁의 기본이 정부지출의 과감한 삭감과 억제, 정부규제와 역할의 합리적 축소, 국영기업의 민영화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개혁의 과정에서 뉴질랜드 정부가 정책의 투명성을 제일로 삼고 누구보다 앞서 긴축재정과 공무원 축소로 고통분담을 솔선함으로써 위기극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지속적으로 유지, 정권의 개변에 관계없이 10여년에 가까운 개혁추진을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뉴질랜드가 지난87년 「노사관계법」, 91년의 「고용계약법」 등 노사관계를 뒤흔든 개혁법을 입법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개혁의 과정을 갈등없이 넘겨온 것은 정부부문의 개혁이 88년 「정부부문법」 등의 제정을 통해 투명하고 가시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와 견주어 우리 정부의 정부부문에 대한 자기개혁은 어떤가. 작은 정부의 주창은 구두선으로 끝났고 공무원수는 오히려 매년 증가 일로에 있다. 지난 95년말 공무원총정원은 90만명에 이르고 정부투자기관, 공단 등을 합치면 1백25만명을 넘는다. 급여생활자 7명 중 1명꼴로 공무원이나 준공무원이다. 투명하지 못한 정책결정은 공무원수의 증가만큼이나 정부규제를 새롭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정부부처의 통폐합은 정부의 효율성제고보다는 비대화로 이어졌고 견제와 균형마저 사라져 통폐합의 취지는 없어졌다. 더욱이 정부의 위기불감증은 대책불감증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경제주체의 허리띠졸라매기를 요구하면서도 재정 증가나 공무원수 감축, 재정지출 축소는 정치적 선언의 구두선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정부의 과감한 자기 절제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경쟁력 10% 향상을 위해 10% 이상의 자기감축 의지를 보여야 한다. 스스로 정리해고제의 취지를 정부와 공공부문에 적용하는 대결단이 필요하다. 정부 스스로 위기를 위기로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비판이다. 지난 12월6일자 미국의 유에스 뉴스 앤 월드리포트지는 『한세대만에 개발도상국의 모델로 부상한 한국이 최근 무역적자 등으로 파열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기적은 끝났는가』라고 반문했다. 우리 경제가 위기국면으로 들어선 이유는 물론 우리 경제의 생명선인 수출부진 때문이다. 경제활로 모색의 해답도 수출회복을 위한 처방에서 나온다. 국제수지적자와 외채문제도 따지고 보면 모두 수출부진 때문이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경쟁력 약화는 우리 내부적 요인이다. 원인도 치유책도 모두 우리에게 있다. 지난해에는 경쟁력 약화현상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경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임금은 경쟁력약화 분석의 단골메뉴다. 87년 이후 94년까지 우리 제조업의 연평균 실질임금상승률은 10.4%였다. 같은 기간중 싱가포르는 7.0%, 일본은 1.4%에 불과했다. 미국은 오히려 1.1% 감소세를 보였다. 정부는 기업의 과도한 임금부담을 막고 구조조정기에 인력고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동법개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탄력성 회복은 1차적으로 근로자들의 희생을 수반하는 측면이 강해 노사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재계는 흔히 과다한 금융비용을 경쟁력약화요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이는 차입금에 의존한 우리기업들의 경영행태와도 연관이 있다. 차입금비율이 높으니 금리가 높아지고 금융비용부담률이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금융산업의 낙후성과 비효율성에도 원인이 있다. 고물류비용, 고규제, 고지가도 고임금, 고금리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좀먹는 5고로 꼽힌다. 매출액 중 물류비의 비중이 16·9%나 된다. 공장 하나 세우려면 수백개의 서류를 들고 1∼2년은 관청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어야 하는 건 입만 열면 규제완화를 강조하는 문민정부 4년을 지나서도 마찬가지다. 원천적으로 현정부가 말로만 작은 정부를 외쳤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래도 우리가 할일은 5고 등 고비용구조를 타파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과 개인에게, 기업은 정부에 경제난의 책임을 전가하는 지금까지의 구태를 되풀이하는 한 경쟁력 10%높이기 운동은 전도가 어둡다. 정부와 기업, 국민 개개인이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지금같은 상태론 안된다. 세계경제연구원의 사공일이사장은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일본경제에 대한 경쟁우위를 쟁취했다』고 지적하고 『경제를 국가경영의 1순위에 두고 달려온 미국을 우리 정부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가운영체계를 뒤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정부와 기업, 근로자, 소비자가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결단 없이는 힘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96년 국제경쟁력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국제화수준은 세계41위 ▲법적 정치적 기관의 효율성은 34위 ▲사회간접자본분야는 31위로 꼽고 그중에서도 정부규제완화부문은 42위로 매겨놓았다. 반면 우리가 우려하는 노동분야는 7위로 나왔다. 무엇이 우리 경쟁력 강화의 가장 큰 현안인가는 우리보다 세계의 시각이 더 정확할는지 모른다. 정부와 공공분야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결단이 다시 한번 강조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우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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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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