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하나금융 외환은행 품었다] 김석동 소신이 '9년 끈 난제'에 마침표

시민단체·野, 압박·엄포에도 산업자본 판단·매각 동시 처리<br>'변양호 신드롬' 벗어났지만 정치적 부담도 떠안게 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7일 결국 9년여에 걸친 론스타와의 질긴 악연과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 논란에 따른 국민적 트라우마에 쐐기를 박았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과 금융노조가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를 거론하며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압박하고 한나라당은 수수방관했지만 김 위원장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판단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동시에 처리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총선과 대선 등 중요 선거를 앞둔 험난한 정국에서 국민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어려운 결단을 김 위원장이 단행하며 관가의 소위 '변양호 신드롬(공무원이 중대한 정책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에도 종지부를 찍었지만 향후 정치적 부담 역시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지난해 11월 금융위는 법원에서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되자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41.02%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야당과 외환은행 노조, 일부 시민단체들이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불발로 끝낼 수 있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금융위는 6개월 내 주식을 처분하도록 했을 뿐 매각방식을 특정하지 않으며 소신 행보를 보였다.


이후에는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놓고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제기되며 금융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과 금융노조는 "론스타가 일본 내에 골프장 관리회사인 PGM을 보유하고 있어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편으로는 "론스타를 (금융위가) 산업자본으로 판단해놓고 하나금융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하면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로 명백한 불법"이라고 했다. 야권은 론스타와 금융당국에 대한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청구는 물론 특검까지 거론하며 압박했다. 한나라당은 여론 동향을 주시할 뿐 방관적 입장을 견지해 금융당국은 조력자가 없는 외로운 처지로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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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으로 직접적 당사자여서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비난까지 듣는 상황이었지만 김 위원장은 의연하게 논란을 조기에 매듭 짓는 카드를 택했다. 당초 금융위가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적격성을 판단한 후 시간을 두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건을 심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를 깨고 동시에 처리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해도 정치적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두 건을 모두 치밀하게 검토해 원칙대로 처리하되 일괄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자본으로 판단할 경우 인수 승인까지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맞아야 하고 그렇다고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한 뒤 시간을 두고 인수 승인을 내릴 경우 이 또한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기 힘들었다는 뜻이다.

실제 금융위는 이날 정례회의 직전까지 론스타 관련 안건의 상정 여부에 대해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위원장실에 금융정책국과 금융서비스국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청와대ㆍ기획재정부ㆍ한국은행 등과 긴밀히 의견을 주고 받으며 대결단을 예고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줬던 김 위원장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다시 한 번 힘을 발휘해 9년 묵은 난제가 풀렸지만 그동안 론스타에 쏠렸던 비판과 비난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됐다"고 말했다.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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