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술 한국 이끄는 중기 경쟁력


최근 인상적인 광고가 눈에 띄었다. 우리 산업 현장에서 열심히 일 하는 청년이 나오는 '기술 한류'라는 제목의 광고였다. 지난 7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폐막된 국제기능올림픽에서 MVP를 차지한 '기능 아이돌' 원현우씨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기업의 홍보 광고였지만 종합우승 18번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자칫 지나칠 뻔한 우리 기술인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지금까지 거둔 놀라운 성과는 대한민국 기술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67년에 처음 참가한 이래 1960년대 양장ㆍ신발 등에서 시작해 최근 자동차ㆍ정보기술(IT) 부문까지 우리의 기술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저력은 '원조 아이돌'인 선배 기술인들에게서 시작했다. 2010년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으로 전국의 중소기업 현장을 찾으며 대한민국의 산업사를 장식해온 숨은 영웅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여전히 현역으로 산업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산학 네트워크 없으면 기술도 사장


앞서 우리 기술의 성과를 되짚어 보듯 기술사를 통해 역사 속에서 기술 발달의 교훈을 찾는 시도가 점점 늘고 있다. 기술사를 설명할 때 내적 접근법, 외적 접근법, 맥락 접근법으로 구분한다. 그동안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한 대한민국의 산업사는 중소기업 기술자들의 창조적 능력을 중시해온 내적 접근법에 의해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 기술은 융ㆍ복합적이면서 심지어는 파괴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급변하는 동시에 기술자 집단의 네트워크가 중시되면서 사회적 관계와 제도에 중점을 두는 기술의 외적 접근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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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노하우에 의존하던 내적 접근법을 내세우기만 해서는 성장의 덫에 갇히기 십상이다.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노웨어(Knowwhere), 노후(Knowwho)를 중시하는 외적 접근법도 수용하며 시선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물적ㆍ인적 자원이 풍요롭지 않은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모든 변화를 따라잡는 일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지식공동체 연계 등 정부지원 절실

전남의 한 중소기업은 창업 이후 세라믹스의 중요 재료인 알루미나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꾸준하게 성장을 이어오다 어느 순간부터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도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때 1만 2,000여 회원사로 구성된 산학연 지식공동체인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산학연 전문가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연구개발(R&D)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며 보유 기술로 기존의 시설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의 발굴로 이어졌다. 초기 투자비용은 크지 않으면서 새로운 가치와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어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60년대 일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의 최빈국에서 불가능해보였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산업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수많은 기술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기화된 내수경기 침체와 세계경제 위기라는 내우외환 속에서도 이들은 멈추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의 기술과 국가 R&D를 책임지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을 이끄는 이들을 응원하며 중소기업이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새롭게 도약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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