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이닉스는 4.1%(1,250원) 하락한 2만9,250원에 마감했다. 9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던 기관이 실망매물을 쏟아내면서 낙폭이 커졌다.
하이닉스는 이날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이날 엘피다의 매각 주관사인 일본의 노무라에 1차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종 입찰에 참여할지는 앞으로 정밀실사 등을 바탕으로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입찰에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도시바 등 4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는 1차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 가운데 참여사를 선정해 기업실사를 실시하고 4월말 2차 입찰을 거쳐 5월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엘피다 인수전에 참여한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굳이 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D램 업계 4위 업체인 엘피다의 기업 회생절차로 모바일 D램 생산량이 줄어들면 그간 하락세를 이어오던 D램 가격이 반등하면서 이미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감산효과가 반영되는 2ㆍ4분기부터 업황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이닉스가 기업실사에 참여해 경쟁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입찰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초기 입찰에만 참여해도 엘피다를 실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며 “최종인수까지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이닉스가 실제로 엘피다를 인수하게 된다면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업계 1위 자리에 오를 수도 있겠지만 부담요인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말 기준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각각 43.2%, 23.7%, 엘피다는 11.9%다. 물론 11.9%의 점유율로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2위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요인이지만 엘피다의 부채규모가 542억달러 수준에 달하는 데다 기술 경쟁력 면에서도 하이닉스에 뒤쳐진다는 점에서 인수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엘피다의 처리방향이 명확해 질 때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도시바가 인수할 경우 강력한 모바일 경쟁사 출현으로 한국업체엔 부담이 되겠지만 마이크론이 인수하면 구조재편이 완결되면서 시장전반에는 긍정적일 것”이라며 “인수업체 선정 결과에 따라 하이닉스 주가 흐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