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타이밍에 관하여

제7보(127~152)


흑27에서 35까지는 흑의 권리. 이렇게 조여붙이는 수단은 말하자면 우변을 삭감당한 데 대한 분풀이이자 앙갚음이다. 계속해서 흑37이 우변 중앙에 방치되어 있는 흑돌 6점에 대한 지원 사격이다. 흑45로 머리를 내미는 수순을 얻어 우변의 흑돌은 우하귀의 우군과 훌륭하게 연결되었다. 구리는 유유히 46으로 보강. 여기까지의 진행을 지켜본 서봉수가 탄식조로 말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군. 백이 이곳을 지킬 수 있게 되다니. 놀라운 일이야.” 옆에서 묵묵히 계가를 해보던 루이가 역시 탄식조로 말했다. “구리가 참 대단하네요. 흑이 도저히 덤을 못 내는 바둑이 됐어요.” 두 사람은 참고도의 수순으로 돌아가 그 순간이 승부의 갈림길이었다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당연한 선수인 줄 알고 두었던 이창호의 흑1이었는데 구리는 손을 빼어 백2로 움직였고 이것으로 우변의 흑진은 모두 지워졌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흑1은 패착의 누명을 쓰게 되었다. 그 수로 A에 두었더라면 우변은 그대로 거대한 흑의 확정지가 되었을 것이고 그것으로 그냥 흑승이 결정되었을 것이다. “타이밍. 그게 문제였어. 우변을 키우는 타이밍. 이창호가 그것을 놓쳤던 거야. 눈에 보이는 매혹적인 이득에 사로잡혀 그 타이밍을 놓쳤어.” 이것이 서봉수의 총평이었다. 152수이하줄임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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