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2월 27일] "거가대로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파트를 짓는데 소비자들에게 분양가격을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 보셨습니까.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최근 개통된 부산~거제 '거가대로' 시행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거가대로는 자신들의 사업비로 지었는데 왜 시민들이 '통행료가 비싸다'고 왈가왈부하느냐는 뜻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정말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다. 지난 6여년의 공사 끝에 완공된 거가대로는 지난 14일 개통식을 열고 현재 무료 통행 중이다. 세계 최초로 외해(外海) 깊은 곳에 침매터널을 시공한 이 대교를 보기 위해 최근 전국에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고 있다. 그야말로 동남권의 최대 명물이 됐다. 거가대로는 그러나 며칠 후면 무료 통행이 끝난다. 새해부터는 승용차를 기준으로 1만원의 통행료를 받게 된다. 대형차는 2만5,000원이다. 그렇다면 유료화 이후 거가대로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당초 거가대로 건설 추진 당시 예측한 하루 차량 통행량은 3만500대가량이다. 그렇지만 최근 제기되고 있는 시민들의 '통행료 저항'이 표면화된다면 통행 차량이 확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운영 적자가 발생할 것이고 이 적자분의 77.5%는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한다. 시민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문제인 것이다. 거가대로의 총사업비는 1조4,469억원(1999년 불변가 기준)이며 여기에는 민자사업비 9,996억원이 투입됐다. 시민들이 세금으로 낸 지방자치단체 예산도 5,000억원이나 들어간 셈이다. 그런데도 막대한 예산을 부담한 부산시와 경남도는 시민들의 통행료 인하 요구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거가대로의 통행료는 전국 민자도로 가운데 가장 비싸다. 다리 하나 건너는 데 1만원을 내라고 하는 것은 서민 부담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높다. 아무리 민자로 건설된 것이라고 해도 거가대로는 분명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물이다. 시민들이 통행료 책정에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시민들은 마지막으로 감사원의 판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 시민들이 청구한 국민감사를 통해 거가대로가 합리적인 수준의 통행료를 받는, 그래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다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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