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올 2·4분기 당기순이익이 9분기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주식의 평가 손실 감소 등에 힘입어 비이자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증가한 것이 실적 회복을 견인했다.
하지만 총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이자수익 비중은 10%대 중반에 그쳐 은행의 수익 구조 다각화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조4,000억원 급증한 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분기 실적으로는 지난 2012년 1·4분기(3조3,000억원)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이로써 국내 은행은 상반기에 3조7,000억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해 연간 실적(3조9,000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0%로 지난해 동기 대비 0.29%포인트 올랐고 자기자본수익률(ROE)도 6.59%로 3.91%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상반기 기준 ROA는 최근 10년(2004~2013년) 평균치인 0.65%에도 못 미치는 0.40%로 수익성은 여전히 좋지 않다.
당국 관계자는 "이자이익 증가(1,000억원)보다는 비이자이익이 늘어난 덕분에 실적이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비이자이익 증가의 질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비이자이익은 1조6,000억원으로 이자이익과 합친 총 이익의 15.5%를 차지했다.
하지만 가장 비중이 큰 수수료 관련 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같다. 유가증권 이익 등 일회적 이익 증가가 없었다면 총 이익 대비 비중은 한자릿수에 머문다.
개별은행을 봐도 이런 사실은 확인된다. 신한은행의 2·4분기 비이자이익 비중은 17.8%로 전 분기보다 4%포인트 늘었지만 2011년 말과 비교하면 1%포인트가량 낮다.
국민은행도 2011년 말 18.3%에서 2·4분기 14.1%로 비이자이익 비중이 줄었다.
수수료 수익 기반이 부실하다 보니 비이자이익 비중도 일회성 이익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업무 확대로 새로운 수수료를 만들든지 아니면 기존 서비스를 강화해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관련해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늘려 관련 수수료를 더 받는 식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박사는 "고객에 대한 자문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방카슈랑스 규제 등도 풀려야 신규 수수료를 만들 여지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계 고위 인사는 "당국의 수수료 규제, 금융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 등으로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며 "순이익이 늘어도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