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의 끝 부분에 노인이 된 주인공 “덕수”가 아버지 영정 앞에서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하면서 우는 장면이 있다. 1,400만명의 관객, 국민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 명 장면이다. 그러나 만약 “덕수”가 취업-결혼-자녀를 포기한다는 소위 “3포 세대”의 고민을 안고 있는 손자의 장래를 이야기했다면, 과연 “국제시장”이 이렇게 감동의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을까?
이미 한국 경제는 저성장-고령화의 흐름에 휘말려 들어갔다. 2%대 경제성장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으며,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65세이상 인구비중은 현재 12%대를 넘어 2030년 2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50년에는 60세이상 인구의 비중이 41.5%로 세계 2위의 고령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기성세대는 3포 세대에게 무어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우리 세대는 고생할 만치 했고 내 노후 준비도 충분치 않으니 이제 너희 세대는 3포건 5포건 너희가 알아서 살라고 할 것인가? 또는 연금 개혁을 했으니, 다음 세대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할 수 있을까? 4대 개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었으니 열심히 살아 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 사회는 답이 없어 보인다. 마치 “총체적 무력증”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갈수록 기성세대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으며, 그럴수록 3포 세대는 “절망의 세대”로 추락해 가고 있다.
기성세대는 자식 세대가 우리보다 못 사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노력해야 할 역사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세금을 더 부담하지 않으면, 기성세대의 복지비용을 우리보다 살림살이가 더 어려운 다음 세대에게 부담시킬 수밖에 없다. 절망의 시대를 넘겨주는 것도 부족해서 세금 부담까지 떠넘긴다면, 기성세대는 참으로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세대가 될지 모른다.
이 모두가 어쩔 수 없는 시대 탓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세계 경제가 혼미한 가운데서도 각국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데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 부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영국의 케머론 정부는 소득은 높이고 세금은 낮추는 동시에 복지지원도 낮추는 대대적인 국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기성세대가 3포 세대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이기심과 무능의 결과로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시대보다 어려운 시대를 물려준 부끄러운 세대로 남을 것이다. 이 역사적 불명예를 쓰지 않기 위해서 기성세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기성 세대는 포퓰리즘의 단 맛에서 과감하게 깨어나서 기득권 내려놓고 국가 역량을 개조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노동개혁을 지지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것이며, 세금을 더 부담해서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면 다음 세대들이 갚아야 할 빚을 줄여 주는 것이며, 손자 손녀를 돌봐 주면 출산을 촉진하여 저출산-고령화를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에게 “기회의 시대”를 물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에서 “절망의 시대”를 물려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3포 세대를 이대로 두고는 기성세대의 노후가 결코 편할 수 없다. 우리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책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