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불신받는 교육, 역발상 필요

조희제 <사회부장>

조희제 <사회부장>

올해 대학 수능시험이 끝났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이제부터 진짜 대학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이야 대학생활의 꿈에 부풀어 있겠지만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과거 본고사에 필적한다는 논술시험과 면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시험과 내신만으로 학생의 자질을 가늠할 수 없다며 대학들이 치르고 있는 본고사식 면접과 논술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하긴 수능시험이 끝난 지 하루 만에 벌써 이번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니 대학의 고심도 납득이 간다. 올 수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오는 2008년 대입제도에서도 변별력 문제는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다. 중3 이하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대학들이 새 제도에 맞춰 어떻게 학생을 뽑을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수능시험을 쉽게 제출하고 내신성적을 중시,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반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는 대학들이 영어로만 면접을 할 것이라는 둥 본고사보다 어려운 논술시험을 치른다는 둥 학부모들을 긴장시키는 소문들만 난무하고 있다. 경제활동의 중추세대인 40ㆍ50대들이 만나면 하는 얘기는 두 가지라고 한다. 건강과 자녀교육 문제다.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사오정(45세 정년)이다’ ‘오륙도(56세까지 버티면 도둑)다’ 라는 말을 들어야 할 처지로 몰린 이들. 이제 그들은 노후의 편안함은커녕 아내 눈치를 봐야 할 만큼 소심해졌다. 건강문제는 자신이 관리하기 나름이라며 자위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식교육 문제가 나오면 푸념하는 소리뿐이다. 펭귄아빠(가족을 유학보내 마음이 추워 벌벌 떠는 아버지를 빗댄 말)가 되는 게 나은지, 교육부의 말을 믿고 운에 맡기며 공부를 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사교육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지 도무지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게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사교육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교육비는 지난 2003년까지 13조6,000억원에 이른다. 과외를 받는 학생이 10명 중 7명을 넘고 이중 초등학생은 더욱 높아 10명 중 8명 이상이 과외를 받는다고 한다. 고소득층은 말할 것도 없고 월소득 150만원 미만을 버는 집도 월 12만6,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고 사는 것도 힘든 저소득층이 먹고 입는 것을 줄여가며 자식들에게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한달간 노동한 대가로 번 소득의 대부분을 자식들에게 투자하지만 그 자식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왜 놀고 쉴 시간도 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말은 안하지만 불만이 가득하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자식들이 서운해 화가 난다. 문제의 교육제도 탓에 가족애는 점점 엷어지고 가족간 갈등만 불거진다. 혹자는 이를 ‘가족관계를 피폐하게 하는 청소년 학대형 교육’이라며 한탄한다. 자녀들에게는 한 없는 고통만 가져다주고 부모들에게는 노동의 대가를 자식에게 쏟아붓고도 아무런 소득도 기대할 수 없어 화병만 키우게 한다는 것이다. 공부 안하고도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겠다는 교육부의 취지와는 달리 교육현실은 정반대로 공교육의 황폐화와 사교육의 횡행이라는 치유하기 힘든 상처만 남겼다. 교육이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상식에 비춰보면 현 교육제도로는 도저히 우리의 미래를 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제라도 정부는 경쟁력을 갖춘 인적자원 관리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교육문제를 떠넘기는 지금의 교육체제 아래서는 어떤 대안도 소용없다. 정부는 이 같은 교육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학부모와 대학 등 교육주체들이 원하는 얘기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나 기부입학제, 본고사 부활 등의 다양한 주장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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