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1988년 서울에서 열렸던 하계올림픽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전세계의 스포츠인이 서울에 모여 친선과 우의를 다지며 잠실 스타디움을 달궜던 감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위상은 극적으로 높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1980~1990년대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었다.
건축설계 분야에서도 올림픽과 같은 위상을 갖는 행사가 있다. 바로 세계건축사협회(UIAㆍInternational Union of Architects)가 개최하는 세계건축대회다. '건축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건축대회 및 UIA 총회가 2017년 서울에서 열린다. 201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건축대회에서 여러 국가들과 치열한 경합 끝에 최종투표에서 대한민국이 개최지로 선정됐다. UIA 세계건축대회의 서울 유치는 한국 건축의 실력과 수준을 세계가 인정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건축설계 분야도 지난 50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한국전쟁으로 전 국토가 잿더미가 돼 국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건축적 기반이 붕괴됐다. 이후 궁핍한 1950년대를 지나 1960년대에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주거를 공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70~1980년대에 본격적인 경제성장기로 진입을 하면서 국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층ㆍ고밀도 집합주거 형식인 아파트가 많이 지어졌다. 그러나 당시의 아파트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택공급을 증가시켜 주거수요를 충족시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성냥갑 아파트'라는 비아냥을 받을 만큼 획일적이었고 건축 디자인 수준 또한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국내 건축설계 수준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해 한국의 건축사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건물들을 수없이 디자인하고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또 한국의 건축사사무소들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까지 진출해 한국적인 건축디자인을 현지에 수출하고 있다. 드라마나 가수들이 전세계에 한류 열풍을 조성하고 있듯 한국의 우수한 건축디자인도 많은 나라에 수출돼 외화를 벌어들이고 민간 외교에서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국격은 문화적인 수준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건축은 한 나라의 이미지를 결정지을 정도로 매우 영향력이 큰 분야다. 프랑스의 에펠탑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 기념비적인 건물은 그 국가를 상징한다. 건축계는 2017년 세계건축대회가 건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한옥 등 우리 건축문화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해 준비할 것이다. 행사를 통해 한국의 건축 문화가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많은 성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