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2015년 을미년(乙未年) 가장 바라는 규제완화 정책으로 '파생시장 규제완화'와 '자본시장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를 꼽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출 방식 개정, 퇴직연금 운용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지만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업계에 단비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금융투자업 종사자들은 고사 직전인 파생시장에 대한 규제가 풀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세제혜택이 추가로 확대돼야 증권업계에 비로소 온기가 돌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경제신문이 1일 국내 주요 증권사 16곳 소속 74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가장 바라는 규제완화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파생시장 규제완화(41표·55.4%)'가 1위로 꼽혔다. 이어 '자본시장에 대한 세제혜택 추가 확대(23표 · 31.1%)'와 '회사채 시장 지원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 활성화(5표·6.7%)' '금융상품자문업 이른 시일 내 도입(3표·4%)'이 뒤를 이었다.
파생시장 규제완화가 1위에 오른 것은 이미 파생시장이 각종 규제로 쪼그라들어 증권사 수익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선물·옵션 거래대금이 개인투자자에 대한 예탁금 규제, 옵션 거래 승수 인상 여파 등으로 2011년 고점 대비 50%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파생시장이 살아나야 현물시장도 살아나고 다양한 구조의 상품을 증권사가 만들 수 있는데 오히려 위축되고 있어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생시장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는 '선물 ·옵션에 대한 개인투자자 예탁금 규제완화'가 28표(37.8%)를 받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이전까지는 선물·옵션에 대한 기본예탁금이 고객 등급에 따라 500만~3,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2,000만~1억원으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예탁금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신규투자자는 기본 3,000만원 이상을 예탁하고 금융투자협회에서 마련한 30시간의 파생상품 사전교육과 50시간 이상 파생상품 모의거래에 참여해야 겨우 단순 선물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설문에 참가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예탁금 규제로 파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진입 문턱이 높은데 추가로 예탁금 상한선이 높아지면 개인들의 거래는 더 끊길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려면 차라리 매수금액에 상한선을 두는 조치가 필요하며 예탁금은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파생상품 손실 이월 공제 허용'도 23표(31.1%)로 많은 표를 받았다. 2016년부터 개인투자자에 한해 코스피200 선물 및 옵션 등의 파생상품에 10%의 양도세가 부과되는데 정부는 '손실 이월 공제 허용'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 거래로 전해 5,000만원을 손해보고 당해 3,000만원의 이득을 봐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봤더라도 당해 이득분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는 양도세 부과 조치로 파생시장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완충장치로 손실 이월 공제 조치는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추가 세제혜택을 바라는 의견도 많았다. 금융당국이 배당 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허용하고 소득공제 장기펀드 등을 도입했지만 자본시장을 살리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세부적으로는 '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44.6%(33표)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주식시장 발전방안'에서 거래세 인하 방안이 빠져 시장의 실망이 컸다. 세계적으로 거래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드물고 거래세도 0.3%로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폐지 및 인하 조치를 계속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세제혜택 제공 상품 확대'도 24표(32.4%)를 받았다. 한 대형 증권사 상품마케팅 팀장은 "고액자산가들은 절세에 민감한데 세제혜택 상품은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절세상품을 확대하면 자본시장으로 고객을 더욱 끌어들이고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해외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09년 종료된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를 부활시키고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차익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해 기관투자가들의 증시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응답도 나왔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의 바람대로 파생시장 규제완화와 세제혜택 확대가 즉각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파생시장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최근 몇 년 전부터 강화하고 있고 현 정부는 세수확대 정책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에 참여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기침체에 빠진 증권업계를 살리려면 거래세 인하 등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업계의 요구를 심사숙고해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