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경제 '복합불황 덫'에 걸리나

장기간 소비시장 침체 이어 대외여건 악화 수출도 흔들<br>최경환 경제팀 출범에 맞춰 균형잡힌 부양책 서둘러야


한국 경제가 내수와 외수의 복합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기간의 소비침체에 이어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부진 걱정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취임을 앞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주로 내수 살리기에 무게를 두고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어 수출둔화에 대비한 보다 균형 잡힌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13일 KOTRA가 해외 구매자, 주재원 등 2,000여명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수출선행지수에서는 수출둔화 조짐이 역력했다. 3ㆍ4분기 수출선행지수는 전분기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보조지수 중 가격경쟁력지수는 같은 기간 4.4포인트 급락한 45.7로 나타났다. 지수가 50을 밑돌면 전분기보다 부정적 전망이 커졌다고 해석된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43.2), 컴퓨터(44.4), 일반기계(46.4)의 수출부진 우려가 이번 설문조사에서 두드러졌다. 환율급등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2·4분기 실적악화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결국 투자부진-고용둔화-소비감소-내수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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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수출둔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추세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28.3%에 달했던 수출 증가율은 2012년 -1.3%로 반전했고 이후 증가세로 다시 돌아섰지만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모두 2%대에 맴돌고 있다. 경제 성장률보다 수출 증가율이 낮은 현상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은은 당초 4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기여도를 수출 1.9%포인트, 내수 2%포인트로 예상했지만 7월 전망에서는 수출 2%포인트, 내수 1.8%포인트로 고쳤다. 올 한해 역시 수출에 기댄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강세에 따른 급격한 환율하락이 지속되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역제이(J) 커브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주요 수출시장에서 리스크까지 커진다면 수출도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도 "중국 수출 둔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르면 이번주 초중반에 임명될 최 후보자는 수출둔화 문제에 대해 아직 특별한 묘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내수부진 문제가 장기간 화두로 떠오르면서 최경환 경제팀의 보다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민간연구소 고위관계자는 "최 후보자가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지는 확실하게 표명했지만 각론에서는 우왕좌왕하는 것 같고 수출 부문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며 "재정·금리·환율·세제 등 정책적 수단을 신속히 동원해 내수·수출을 균형감 있게 살리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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