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급작스런 자살로 우려됐던 개성공단 조성사업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급물살을 타면서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입주 대상업체들의 걸림돌이었던 평당 분양가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지원등으로 10만원대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한 유럽 직수출 방안까지 추진중인 상태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이 남북경협사업의 주요 축으로 떠오르면서 신발, 봉제, 완구 등 노동집약적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증폭되고 있다.
◇중소기업 개성공단으로 유턴= 기협중앙회(회장 김영수)와 협동조합연합회, 조합, 개별기업 등 대표 250여명은 25일 사상 처음으로 개성공단 현장과 개성 신시가지 예정부지를 방문하고, 개성공단 입주에 대한 사업성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개성공단 현장에서 김영수 기협중앙회 회장은 “경기침체와 인력난, 가동률 저하 등 경영환경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개성공단 입주는 인건비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어 국내기업의 탈(脫)코리아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남북경협 활성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소기업 단체와 대표들은 개성직할시 개성시와 판문군 평화리 일대에 조성될 예정인 850만평의 개성공단을 둘러보고, 앞으로 개성공단 입주가 국내 중소기업의 새로운 탈출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낙화생가공조합 정영근 이사장은 “신발, 봉제, 완구 등 노동집약산업의 경우 중국의 저가제품에 밀려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성공단 입주가 본격화되면 값싼 노동력과 저렴한 물류비용으로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입주 희망업체를 파악한 결과 섬유 및 의류, 기계 등 1,000여개 업체가 신청한 상태다. 1단계로 100만평에 300개 기업이 들어서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3.3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조합은 회원사와 공동으로 물류단지를 조성해 해상운송이 아닌 육상운송으로 제품을 들여오는 방안은 강구하고 있으며, 신발ㆍ양식기ㆍ인형ㆍ가구 등 개별 업체들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기 보다는 개성공단에 입주해 생산비 절감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무엇이 좋은가= 인건비와 물류비 절감이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한다. 김영수 회장은 “현지 근로자 인건비가 월평균 10만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국내에서 정규직원이나 산업연수생을 고용하는 비용의 10%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고용허가제와 주5일 근로제 등으로 높은 임금과 인력난에 시달려야 하는 중소기업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북한 당국자들은 월 65달러(원화 7만9,000원)의 임금을 협의하고 있는 중이다.
스크린인쇄조합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개성공단 입주설명회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하철안내판, 노선도, 현수막 등을 생산하는 스크린인쇄 업체들도 고정 대량주문이 있을 경우 국내에서는 노동력을 확보하기 힘든 만큼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조합도 변압기와 발전기 분야를 중심으로 개성공단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제품은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경우 해외시장 수출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설 것으로 보인다.
물류비 절감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낙화생가공조합 정양근 이사장은 “개성공단이 건립되면 물류단지를 설립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물류단지를 통해 육로로 운송할 경우 해상으로 운송할 때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개의 컨테이너당 북한 남포에서 인천으로 해상운송할 경우 75달러가 소요되는데 이는 중국에서 들여올 때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개성은 서울에서 1시간, 도라산역에서 30분 거리에 있어 육상운송은 중국의 저가제품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중소업계는 보고 있다. 북한과의 무역은 내국간 거래로 관세가 없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경쟁업체들에 비해 관세장벽을 피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법인세율을 국내 기업의 절반 가량으로 줄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다, 주5일제나 고용허가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향후일정ㆍ과제] 3단계 걸쳐 2,000여社에 850만평 분양
개성공단 개발업자인 현대아산이 토지를 50년간 임차해 공단내 전력과 용수,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을 조성한 후 국내기업에 분양한다.
모두 3단계에 걸쳐 2,000여개사가 들어서고, 고용인원은 15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착수후 1~2년안에 조성이 끝나는 1단계는 100만평에 300개 업체가 입주해 2만6000명을 고용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총 850만평의 부지에 2,000여개 업체가 입주하며 15만명의 북한인들을 고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입주 희망기업은 섬유ㆍ의류ㆍ신발ㆍ화학 업종이 500개사를 넘었고 전기ㆍ전자ㆍ금속ㆍ기계 업종이 240여개사, 액세서리와 주방용품 등이 200개사를 넘어선 상태다.
대부분 남북경협업무가 그렇듯이 개성공단 사업에서도 우리 정부 부서내의 통일된 입장정리가 시급하다.
실제 A조합의 경우 이미 북한의 평양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데 농림부 등 일부 부서가 이들 생산물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가격하락과 국내 농가의 불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입을 주저하고 있다. 정부부처간 이해관계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와 생산품의 국내유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
<개성=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