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러 정상회담으로 '日외교 고립 부각'

"정냉경열(政冷經熱)" 일본 언론은 일.러 정상회담결과를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정치적 관계는나빠도 경제교류는 잘 이뤄지고 있다는 뜻의 이 말은 애초 역사인식 등을 둘러싸고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말이었다. 이 말이 러시아에도 적용되기 시작한것. 일본은 한국과는 야스쿠니(靖國)신사참배 문제로, 북한과는 납치문제로 각각 마찰을 빚고 있다. 러시아에도 이 말이 적용됨으로써 '정냉경열'이라는 말은 이제 사방이 꽉 막힌 일본의 답답한 대(對)주변국 외교현실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게 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취임 이후 대북(對北) 국교정상화와 북방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러시아명 쿠릴열도) 해결을 간판 외교정책으로 내걸었다. 역대 일본 총리가 이루지 못한 역사적 과제 2개를 모두 해결함으로써 정권안정과 함께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계산에서다. 고이즈미 총리가 2004년 5월 두번째 방북에서 납치피해자 가족을 데리고 귀국하자 일본내에서는 이제 '북방영토만 해결하면 된다'는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다. 일본정부는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일에 공을 들였다. 여러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끝에 푸틴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됐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시간 반에 걸친 21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독대한 1시간25분의 거의절반을 영토문제에 할애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2000년 9월 이래 5년만의 일본 방문에도 불구, 영토문제에 관한 공동성명은 채택되지못했다. 일본은 그동안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영토문제에서 러시아의 양보를 받아내는 전략을 구사해왔지만 경협카드의 약발은 현저히 약화됐다. 푸틴 대통령과 함께 온 러시아 경제인 100여명은 연일 경제인들과 만나 투자를요청하는 등 일본 정부를 제쳐놓고 직접 설득에 나섰다. 고유가를 배경으로 러시아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큰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어떻게든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성사시켜 영토문제에서 양보를 받아냄으로써 성과를 과시하려던 일본 정부의 계산은 거꾸로 일본의 외교고립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송유관을 한꺼번에 태평양까지 건설하자는 일본의 요구도 거절했다. 내륙부의 1단계와 중국 루트와 태평양 루트의 분기점까지 연결하는 2단계로나눠 추진하겠다는 자국안을 관철함으로써 수요가 확실한 중국루트를 우선하겠다는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大)테러협력 등 외교적 수사에 그친 부분을 제외하면 경협논의에서도 러시아가 주도권을 행사했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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