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대한생명 처리를 두고 원칙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LG그룹도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를 인수하기 위해 금감위를 따라 왔다갔다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금감위는 대생 1차 입찰 전에 『LG가 반도체를 판 돈으로 대한생명을 인수하면 문제가 없다』고 참여를 인정했다. 그러나 1차 입찰이 유찰된 후 2차 입찰 전에 『5대 재벌은 사업체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역량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대한생명 인수를 포함한) 신규사업 진출에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태도를 바꿨다.
때문에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미국 유수 보험사인 AIG와 협상을 끝내고 2차 입찰를 준비하던 LG그룹은 「닭쫓던 개」가 됐다. LG는 아쉽지만 대생 인수를 포기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돈을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차가 유찰된 후 금감위는 『5대 그룹도 부채비율을 맞추고 외국사와 합작해 자체자금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인수전에 참가할 수 있다』고 3차 조건을 밝혔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참여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미국 AIG와 협상을 다시해 봐야 한다』고 곤혹스런 입장을 설명했다. 관계자는 『2차 입찰에 참가할 수 없다고 설명하느라 애먹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다시 하자고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평했다.
LG그룹은 AIG를 설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에 돈을 쓰겠다」고 말한 것을 어떻게 뒤집어야 할지 명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금감위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찾게 된 반면 LG그룹은 대생 인수를 위해 힘든 길이 남아있다.
업계에서는 금감위가 LG그룹이 대생 인수를 위해 미국 AIG와 오랫동안 협상을 해왔고 2차 입찰전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과 대한생명·신동아화재에 인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 미리 유찰을 알리고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문에 LG그룹이 제일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한화그룹과 금감위가 내세우는 미국계 유수 보험사와 펀드 등 4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