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부시 재선과 한국의 선택

전영재<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기고] 부시 재선과 한국의 선택 전영재 전영재 전 세계의 주목과 관심 속에 치러진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의 유권자들이 불확실한 변화보다는 반(反)테러와 안전을 선택한 결과이다. 선택은 미국의 몫이지만 그 영향은 온 세계가 함께 나누기에 이번 대선의 파장은 결코 적지 않다. 더욱이 세계경제가 미국경제의 영향권 밖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부시 대통령이 2기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대선 승리와 의회 장악으로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추진해왔던 대내외 정책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 경제정책의 핵심은 무엇보다 감세정책이다. 시한이 정해져 있는 기존의 감세조치를 연장해 그 효력을 영구화한다는 것이다. 그 규모는 향후 10년간 1조달러에 달한다. 부시 대통령은 감세정책을 신앙처럼 여기고 있을 만큼 감세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단순히 소득세를 인하하는 것뿐만 아니라 배당소득세ㆍ자본이득세ㆍ상속세 등 재산과 자본에 대한 과세도 과감하게 낮춘다는 방침이다. 대외 경제정책 측면에서는 적극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 기조에 입각해 수입규제 강화 등 보호무역적 조치의 발동은 자제하겠지만 자유무역의 확산을 위해 시장개방 압력, 자유무역협정(FTA), 다자간 협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적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시장개방에 나서는 국가와 FTA를 맺어 미국이라는 광대한 시장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줌으로써 차별적 대우를 우려한 다른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미국과 FTA를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경쟁적 개방주의 전략을 강화할 것이다. 환율 측면에서는 자국 내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달러 약세 기조를 용인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책들은 이미 부시 1기 정부에서 보여준 정책기조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당장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던져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한국경제의 대외 여건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미국 및 세계경기가 둔화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의 적극적인 감세정책이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일부 있지만 재정적자 규모를 확대시켜 실질금리인상ㆍ투자위축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미국경기가 둔화하면 우리의 대미 수출 여건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미국의 통상정책도 반드시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미국시장의 수입 장벽이 높아지지 않아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내시장을 개방하라는 미국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FTA를 내세워 개방을 확산시킨다는 미국의 전략도 우리에게 부담이 된다.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는 미국시장 접근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지만 이에 배제된 국가들은 차별적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농민들의 반발 등으로 미국과의 FTA 추진이 그리 쉽지 않다. 북핵문제 등 지경학적 리스크, 한미관계의 동요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 등 한반도를 둘러싼 위험요인은 현 수준에서 더욱 확대되지는 않겠지만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다. 물론 부정적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초래되는 리스크 요인이 제거된 것은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미 FTA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 질서에 동참한다면 미국시장 진출의 기회도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제협력의 확대는 한미 군사동맹 관계를 더욱 든든하게 만들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결국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불리한 대외 여건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 대선으로 미국의 선택은 끝났지만 한국의 선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입력시간 : 2004-11-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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