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형사판결 인정사실은 민사재판서 적용해야

형사재판을 통해 인정된 사실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도 적용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대법원에 따르면 S식품은 조미료 제조조합에 원료를 납품키로 하고 선급금을 받은 뒤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표시로 서울보증보험과 1억6,060만원 규모의 계약이행 보증보험을 체결했다. S식품 운영자 강모씨와 직원은 2000년 박씨 등에게 ‘1,500만원 규모의 보증보험에 대한 연대보증을 해달라’고 속여 인감도장을 받아간 뒤 실제로는 1억6,060만원의 보증보험 약정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강씨 등은 사문서위조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처벌을 받았고 조미료 조합에는 약속 물량이 납품되지 않아 보험사고가 일어났다. 서울보증은 약정서상 연대보증인인 박씨 등을 상대로 손해를 보전해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은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보증측은 “박씨가 이전에도 보증보험계약의 연대보증인이 된 적이 있었고, 개인사업체를 운용하는 자로서 보증보험 청약서 및 약정서의 내용을 살피지도 않은채 인감도장 등을 교부하거나, 약정서에 자필로 주소를 기재하는 것은 경험칙상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강씨 등이 박씨를 속여 보증보험 약정서를 위조해 이미 유죄를 받은 형사재판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를 적용하지 않은 항소심 판결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서울보증보험이 박모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민사재판의 경우 형사재판의 유죄 인정사실은 적극 채용해야 한다는 판결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사재판은 형사재판의 사실 인정에 구속 받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 사실에 대해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민사재판에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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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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