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GM 쇠락의 교훈

세계 최대의 자동차제국인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회사이고 자회사인 델파이의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위기 상황을 노조와 대규모 의료비용 삭감에 합의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았던 GM이 대규모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2년 내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며칠 전 GM의 회사채 등급을 B1에서 한 단계 낮은 B2으로 강등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로서는 지난 80년대 파산보호 신청을 했던 크라이슬러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복지비용·임금이 원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내수시장 판매율이 처음으로 15%를 넘어선 가운데 도요타는 36년 이후 세계자동차업계의 1위 자리를 지켜왔던 GM을 올해에는 생산대수에서 앞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도요타로서는 포드를 제치고 2003년 3위에서 2위로 도약한 지 3년 만에 세계 정상에 서게 되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쇠락 원인은 우선 장기비전을 가지고 회사경영을 할 수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차종을 개발하고 판매까지 하기에는 통상적으로 8년이 걸리는데 대부분 경영진의 임기는 4년이기 때문에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단기목표를 가지고 회사를 경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GM도 현재의 위기상황을 초래한 과도한 복지비용, 신차 판매 부진 등이 취임 이전에 결정된 사안임으로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릭 왜고너 회장의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배구조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GM의 쇠락 원인은 우리나라 등 신흥공업국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하고 있는 과도한 복지비용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퇴직자들에게도 평생 의료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GM의 연간 회사부담 의료비용은 58억달러(한화 약 5조8,000억원)인데 자동차 1대를 생산하면서 약 1,500달러씩 의료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GM은 또한 종업원의 연금비용을 위해 연간 15억달러(한화 약 1조5,000억원)를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연봉 1달러를 받고 있는 GM 자회사 델파이의 로버트 밀러 회장은 지난해 10월 파산 신청 직후 델파이 종업원들이 받고 있는 임금의 10분의1을 받고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근로자는 세계 도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영진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연봉 150만달러(한화 약 18억원)에 이르는 자신의 급여 삭감 요구를 거부한 사례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미국 자동차업계의 근로자들은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지급받고 있지만 노조의 보호로 이를 적정수준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자동차업계가 가지고 있는 최대 고민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쇠락은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도 남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미국 판매량이 전년대비 10% 정도 늘어나는 등 약진했지만 원화강세에 따라 세계 시장의 경쟁력이 상당히 약화될 전망이다. 우리도 경쟁력약화 대비해야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하청업체의 단가를 낮추고 과장급 이상 직원의 임금동결을 선언했지만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어 현대자동차의 임금 수준은 미국 GM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올해의 임금교섭이 순조롭게 타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일쇼크로 도래된 80년대 위기 상황에서 일본 도요타의 생산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던 미국 자동차 노사가 90년대 IT산업 성장에 취해서 위기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 없이 쉬운 길을 택한 전례를 우리나라 노사는 밟지 말아야 한다. 중국 최대 자동차회사 상하이자동차가 오는 2008년부터 독자적인 자동차모델을 시장에 선보이는 등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려는 중국발 쇼크가 곧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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