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들이 주주에게 유리한 무배당 상품만 판매함에 따라 가입자들의 배당 몫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주주의 몫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01년부터 올 6월말까지 주주 몫은 13조원 가량 늘어나 계약자 몫(1조6,000억원)의 8배에 달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외국계를 제외한 국내 생보사의 보험료 적립금은 178조원으로 올 들어 7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계약자 몫인 계약자배당준비금과 계약자이익 배당금ㆍ계약자 지분조정은 5조9,329억원에서 5조7,996억원으로 1,333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주주 몫인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은 8조529억원에서 8조8,719억원으로 8,190억원(10.17%)이나 늘었다. 생명보험 상품의 계약자 몫은 줄어드는 반면 주주의 몫만 늘어나는 것은 생보사들이 무배당 상품만 팔기 때문이다. 유배당 상품은 회사(주주) 몫이 10% 이하지만, 무배당 상품은 100%를 가져간다. 생보사들이 무배당상품을 팔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올 6월까지 보험료 적립금은 두 배(86조원)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주주 몫은 4조원 적자에서 8조8,719억원 흑자로 13조원 가량 증가했지만, 계약자 몫은 4조1,838억원에서 5조7,996억원으로 1조6,158억원(38.6%) 늘어나는데 그쳤다. 계약자 몫과 주주 몫도 역전됐다. 2000년말 계약자 몫은 4조1,838억원으로 주주 몫(마이너스 3조9,453억원)보다 8조원 많았다. 이후 주주 몫이 빠른 속도로 누적되면서 지난해 말에는 8조529억원으로 계약자 몫(5조9,329억원)보다 많아졌다. 그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회사의 자본안정성을 보여주는 자본총계도 2001년 초 마이너스 4,913억원에서 올 6월에는 16조9,899억원으로 17조4,812억원 증가했다. 결국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회사의 자본은 튼튼해지고 주주 몫만 많아진 것이다. 보험료는 늘어나는데 계약자 몫은 줄면서 계약자의 몫이 보험료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2005년 5.64%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낮아져 올 6월말에는 3.25%로 하락했다. 당분간 이 추세가 이어지면 10년 내에 계약자 몫은 보험료 적립금의 1%에도 못 미치게 된다. 한 보험 전문가는 "생보사의 이익은 계약자 몫과 주주 몫으로 나눠지는 제로 섬 게임이기 때문에 주주 몫이 늘면 계약자 몫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생보사들이 고객들의 상품 선택권을 뺏고 일방적으로 주주에게 유리한 무배당만 팔면서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