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뜨거운 감자 복수노조] <하> 부작용은 줄여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등 제도적 보완장치 뒷받침돼야"<br>勞측 요구 자율교섭으론 합의안 모으기 쉽지 않아<br>"설립요건·기준 강화해 노조 난립도 최소화를"



복수노조 허용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5일 열린 노사정 6자 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정부는 회담 결과에 상관없이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법 시행에 들어간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회담 결렬 이후 "복수노조 허용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며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나 전문가들은 복수노조 허용이 가져올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법 개정 등 제도적 보완장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복수노조 허용시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불안정과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와 전문가들은 우선 복수노조 허용시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복수노조 허용으로 안정된 교섭체계와 교섭권에 혼란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종업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이,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다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교섭대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도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자율교섭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자율교섭하에서는 성격을 달리하는 여러 노조의 탄생으로 인해 합의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선진국에서도 자율교섭을 허용하고 있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재계는 또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 법률로 단일화를 강제하는 과반수 대표제가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법률로 이를 명문화해 노조끼리 교섭 대표권을 얻기 위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등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반수 노조가 없을 때는 다수 노조가 교섭대표가 되도록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최소 조직 요건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 최재황 경총 이사는 "예컨대 조직률 10% 또는 5분의1 미만인 노조의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조직 대상에 대해 일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교섭대표는 '교섭 담당자'가 아닌 '교섭 당사자'로서 지위를 갖는 것으로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섭창구 단일화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일 노조하에서는 단체협약 체결권을 보장하기 위해 가조인 후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인준투표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노조하에서는 이것을 허용하면 자칫 교섭창구 단일화 효과가 절감될 수 있다. 때문에 법률로 이를 금지하도록 규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재계는 이어 복수노조 허용에 맞춰 노조 간 경쟁격화로 발생할 수 있는 노조의 권리남용 행위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노동법이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행법에서는 노조의 권리남용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노동법을 개정해 노조의 권리남용 행위에 대해서도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동법을 개정해 노조 설립요건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노조의 난립 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노조 설립에 최소 인원 수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난립을 억제하고 있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노동법은 2명 이상이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국제노동기구도 노조 설립 자체가 제약되지 않는 이상 일정 규모로 최소 요건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설립요건 강화뿐 아니라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도 필요하다. 통상 단체협약 기간은 1~2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산업현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단체협약 유효 기간을 3~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파업시 대체근로를 민간 부문까지 확대,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중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재계가 대책 마련의 한 방안으로 내세우는 항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 6자 회의 무산으로 그간 논의됐던 수많은 안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노사관계 시대에 대한 두려움이 많고 실제 복수노조 허용은 수많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많은 사례에서 증명됐듯 노사관계 악화는 기업과 국가 경쟁력 저하로 연결된다며 정부는 재계가 요구하는 복수노조 폐단 방지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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