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새천년 행사참석과 라식수술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박세리 프로(23·아스트라)는 올랜도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팬들의 기대가 부담스럽다며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박세리는 『그랜드 슬램은 제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줄리 잉스터같은 대선수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20년 넘게 걸리지 않았습니까. 대회마다 최선을 다하면 그런 기회는 언젠가는 오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데뷔 첫 해인 지난 98년 LPGA챔피언십과 US오픈에서 우승 박세리는 이제 나비스코 다이나 쇼어와 뒤모리에 클래식에서 우승하면 그랜드 슬램을 이룰 수 있다. 그렇지만 박세리는 서두르지 않는 기색이었다.
박 프로는 『유명세를 너무 많이 타 지난 겨울 계획대로 훈련을 다하지 못해 불안합니다. 틈틈히 연습은 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으면 팬들이 성화일텐데 정말 걱정입니다』며 웃었다. 그녀는 성적이 안좋으면 작년처럼 동계훈련을 게을리했다, 남자친구에게 정신이 팔렸다는 등의 비난을 받을까 매우 신경쓰는 눈치였다.
시즌 계획이나 생활방침은 지난해와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박세리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27~28개의 대회에 출전』하고 경기와 자신의 개인생활을 50대 50의 비율로 조정할 것이라고
동계훈련을 별로 못했다고는 하지만 시즌개막전인 오피스데포를 맞는 박세리는 각오는 남달라 보였다.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란다. 박세리는 그래서 최근 집 앞 골프코스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라운드에 집중하고 있다. 라운드가 끝나면 곧바로 메리어트 리조트내 닉 팔도 골프연구소 연습장에 들러 샷을 가다듬고 있다. 박세리는 『너무 외진 곳이라 한번 들어가 몇시간씩 연습하다보면 때로 외로움을 느낀다』는 말로 자신이 얼마나 맹연습을 하고 있는지를 내비쳤다.
박세리는 아직 코치를 구하지 못했지만 서두르지는 않는 모습이다. 그만큼 자신의 샷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인듯하다. 『한사람의 코치를 정해 꾸준히 레슨받는 프로들은 많지 않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 부문에 탁월한 코치들을 찾아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면 된다』는 것이 박세리의 생각이다.
박세리는 김미현 등 한국선수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모두들 연습시간이나 티 오프 시간이 달라 자주 만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제 우리 나이로 24살이 되는 박세리는 『나를 가장 짓누르는 것은 우승에 대한 강박관념보다는 팬들의 기대다. 바로 그 기대가 오늘의 나를 있게했고,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갈 것같다』며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좀 더 진득하게 지켜봐달라』고 누차 당부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나이에 누릴 수 있는 젊음의 특권을 잃은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김진영기자/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