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투모로우 - 스팩터클하게 그려지는 인류재앙

관객에게 숨쉴 틈을 주지 않는 재난 영화의 미덕은 90년대 이후 더욱 명확해졌다.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이 ‘사실적 묘사’란 가공할 무기를 안겨 줌으로써 재난 장면들은 2시간 내내 관객들을 끝간데 없이 몰아붙인다. 4일 개봉하는 영화 ‘투모로우’는 이러한 재난 영화의 미덕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빙하가 쩍 갈라지면서 시작되는 스펙터클한 볼거리는 눈 내리는 뉴델리와 야구공만한 우박이 쏟아지는 도쿄를 지나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파도 속에 묻어 버린다. 기상학자 홀 박사는 온난화 현상으로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코방귀만 뀐다. 그러나 전세계적 기상 이변이 속출하면서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이 된다. 결국 정부는 사람들을 남쪽으로 이동시키는 대피령을 내린다. 한편 퀴즈대회를 위해 뉴욕에 간 홀의 아들 샘은 빙하가 도시를 덮치자 도서관에 고립된다. 아버지의 충고대로 샘은 건물 안에서 함께 고립된 사람들과 생존을 향해 몸부림친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피시켰던 홀 박사는 아들을 구하려 ‘빙하의 도시’ 뉴욕으로 향한다. 그 동안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 등 수많은 재난 영화들을 만들어온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이번에도 “사이즈가 중요하다”는 신념을 지켜나간다. LA를 토네이도에 날려버리고 고층 건물들을 산산조각내더니 맨해튼을 얼려 버린다. 물론 ‘탄탄한 줄거리 구성’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샘과 로라의 로맨스는 영화 내내 겉돌기만 하고 아들을 구하려 LA에서 뉴욕까지 눈보라를 헤쳐 가는 홀 박사의 모습은 지극한 부성애라도 너무한 감이 없지 않다. 오히려 영화의 재미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연약한 미국’의 모습에있다. 봇짐 든 미국인들은 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고 부통령은 “이제 제3세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담화를 발표한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미국을 ‘지구 수호자’로 그렸던 감독인지라 놀라움은 배가된다. 헐리우드의 ‘팍스 아메리카나’도 이제 종말이 온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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